여섯 살 이예지 양
출장 간 곳에 폭설이 내려 꼼짝없이 갇히게 됐다. 비탈 하나만 넘으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듯한데 중간쯤에서 자동차 바퀴가 헛돌았다. 도움닫기 거리를 더 늘려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상황을 전하려 전화했는데 엄마가 사정을 듣고 나서 너를 바꿔줬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아빠가 집에 못 가고 있는데 어쩌지?"
"어쩌기는,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아야지."
고민 한 줌 끼어 있지 않은 목소리가 상쾌했다. 쌓이는 눈을 좀처럼 볼 수 없는 곳에 사는 아이답다. 그제야 숙소 앞마당 장독대, 입구 너머 큰길, 그 뒤로 펼쳐진 들판, 들판 끝 솟은 산까지 하얗게 덮인 풍경이 눈에 담겼다. 조금 전까지 바락바락 벗어나려 했던 곳이다. 차마 뛰쳐나가 신나게 놀 수는 없었지만 소복하게 쌓인 눈을 한 줌 뭉쳐 던져봤다. 거듭 생각해도 네가 옳다. 백 번 옳다.
여섯 살 이야기를 마칩니다. 곧 일곱 살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달픈 일상이 지나가면 아이가 웃을 일이 더 많아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