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여덟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할아버지 집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던 너를 불렀다. 신을 신을 채 무릎으로 기어서 방으로 들어오더라. 동선을 보니 용무를 마치면 들어온 자세 그대로 후진해서 나갈 듯했다. 이런 것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잘하는구나. 엄마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누구 닮아서 그런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예지, 신발 벗고 들어오자."


안방에서 손녀가 신을 신은 채 할아버지와 겸상할 수는 없기에 엄마 지시는 타당했다. 너답지 않게 구시렁거리며 밥상 앞에 털썩 앉더구나. 마루 위에 벗어둔 신은 한 짝은 신발 등, 다른 한 짝은 밑창을 드러냈다. 예절보다 효율적인 마당 복귀가 우선이겠지. 서둘러 식사를 마친 너는 쪼르륵 신을 벗어둔 곳으로 달려갔다. 마루 위에서 바로 신으려는 너를 이번에는 아빠가 제지했다. 악역을 나눠 맡는 것은 부모로서 지혜란다.


"예지, 신발은 안에서 말고 밖에 놓고 신자."


신을 든 채 밖으로 나가던 너는 문을 닫기 전 빼꼼 안 방을 들여다봤다. 엄마·아빠와 한 차례씩 눈을 마주치고 나가길래 무슨 복선인가 했다.


"잔소리쟁이들!"


부모는 동시에 마주 보며 같은 말을 들었는지 눈빛으로 확인했다. 잔소리 듣지 않기로는 대한민국 상위 5% 안에 들어갈 게 분명한 너는 벌써 강아지 앞에 도착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