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이예지 양
수학 시험에서 세 문제를 틀려 85점 받았구나. 아빠는 일찌감치 시험 점수 따위로 네 가능성과 한계를 넘겨짚지 않기로 다짐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단다. 엄마도 아빠보다 신경을 쓸지언정 티 내지 않는 현명함 정도는 갖췄다. 심지어 네 보호자들은 저득점과 비교될까 봐 고득점도 지나치게 좋아하지 않으려 애쓸 정도다. 그런 환경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네가 엄마에게 느닷없이 시험지를 내밀며 선공을 펼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엄마, 세상에서 제일 백점 받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엄마는 애초에 뭐라 할 마음도 없었지만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어 웃고 말았다. 그래, 네 마음이 그럴진대 옆에서 먼저 긁을 이유가 없다. 네가 앞으로 몇 점을 받더라도 백점 받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은 잊지 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네 선공은 되새길수록 신선하고 기막히더라. 덕분에 아빠도 엄마에게 용기 내서 말할 수 있었다.
"여보, 세상에서 제일 돈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