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이예지 양
학교 알림장을 내밀며 서명을 부탁해서 내용부터 확인했다. 점검 항목을 보니 '일기', '받아쓰기 틀린 것 세 번 쓰기' 이런 게 있었다. 세상에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 돈 먼저 주는 거래는 없단다. 아빠가 먼저 나서지 않아서 그렇지 부탁받은 일을 허투루 하지는 않는다.
"일기와 받아쓰기 아빠가 봐야 되지 않아?"
"그냥 해도 되는데…."
말끝을 흐리기에 더 보고 싶었다. 한 개 틀렸다며 방으로 쪼르륵 달려가는 뒷모습이 웃겼다. 혹시 엄마가 아니라 아빠에게 의뢰한 이유가…. 받아쓰기를 보니 '어떡해'라고 써야 할 것을 '어떻게'라고 써서 하나 틀렸더구나. 또박또박 눌러쓴 답은 대부분 정답이었다. 머쓱한 표정으로 아까웠다는 너에게 칭찬과 학습을 겸해 말했다.
"예지가 받아쓰기 하나 틀려서 어떡해? 그래도 예지가 10개 중에 어떻게 9개나 맞힐 수 있었어?"
이제 알겠다는 표정을 가득 담은 미소가 화사했다. 어떻게 너를 싫어할 수 있을지 떠오르지 않아서 어떡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