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이 아니라면

아홉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멀리서 벨소리가 한참 울렸다. 소리를 추적했더니 거실이다. 소파에서 낮잠을 자는 네 옆에 휴대전화만 홀로 울더구나. 발신자가 뻔했기에 휴대전화를 들었다. 애써 무시하면 돌고 돌아 아빠 전화로 받아야 하거든. 네 휴대전화에 뜨는 발신자 이름이 참 정다웠다.


'나의 보물 엄마'.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는 딸 안부를 이것저것 캐물었다. 자는 줄 알면 그만이 아니었나 보다.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뭘 할 것인지도 확인했다. 과거는 겪은 대로 전했는데 알 바 없는 미래는 대충 둘러댔다. 섬세하게 따지지 않는 것을 보니 엄마도 그게 중요하지는 않은 듯했다. 중간점검을 무사히 마치고 전화기를 원래 자리에 놓자 스멀스멀 몹쓸 호기심이 꿈틀거렸다. 신화시대부터 사람 여럿 망친 그 호기심 말이다. 결국 너에게 전화를 걸고 말았다.


아빠 휴대전화에서 발신 신호가 세 번째 울릴 때 네 휴대전화 벨소리가 수신을 알렸다. 슬그머니 다가가 화면에 뜨는 이름을 확인하기까지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 떨림이 발신자를 확인하고 나서 한동안 이어진 것도 사실이고.


나.의.보.물.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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