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딸과 밥

아홉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아침부터 식탁에 앉자마자 동요로 밀어붙이더구나. 기습적이었지만 오랜만에 들어온 승부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너도 알고 아빠도 아는 동요를 주고받아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니. 한 발 더 나아가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네 승부욕에 불을 질러보고 싶었다.


"딸 딸 무슨 딸, 쟁반같이 둥근 딸, 어디 어디 떴나, 식탁 위에 떴지."


즉석에서 만들어낸 그럴듯한 가사가 네 흥미를 돋운 듯했다. 엄마 닮아서 잘 나서지는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물러서지도 않는 너는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밥 밥 무슨 밥."


턱을 살짝 들어 아빠에게 순서를 넘기는 모습에 자신감이 넘쳤다. 안타깝지만 그 정도로 무너지기거나 물러나기에는 아빠도 만만찮다.


"냄비 위에 볶은 밥, 어디 어디 떴나."


여기까지 받고 이번에는 너를 향해 턱을 살짝 들었다.


"숟갈 위에 떴지."


'숟가락'을 빨리 발음해서 리듬을 깨기보다 '숟갈'을 놓은 감각에 높은 점수를 매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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