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이예지 양
"아빠, 1부터 100 사이에 숫자 하나 생각해 봐."
생각한 숫자를 맞춰보겠다는 도전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마음을 정했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도 잘 아는 이 게임 구조는 내가 말한 숫자와 상대가 떠올린 숫자를 계속 좁혀가는 과정이다. 말한 숫자보다 큰지, 작은지 확인을 반복하면서 1% 확률을 100%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첫 번째 숫자를 말하기까지 뭐가 그렇게 신중한지… 설마, 한 번에 맞힐 생각이니?
"72?"
"어! 어떻게 맞혔어? 한 번만에!"
'한 번만에 어떻게 맞혔어'와 '어떻게 맞혔어, 한 번만에' 차이를 아직은 모를 것이다. 몹시 놀란 반응에 오히려 살짝 당황하는 눈빛은 애써 못 본 척했다. 너는 곧 평정심을 찾았는지 별 게 아니라는 표정으로 은근히 성과를 만끽했다. 마치 늘 있는 일처럼. 어쨌든 바로 환호하지 않고 앞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살짝 걸렸다. 세 번째 시도쯤에 맞히게 할 걸 그랬나.
"어떻게 맞혔는지 알아?"
"아니,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진짜 신기하네."
"그냥 느낌이 왔거든."
활짝 웃으며 돌아서는 모습이 가볍고 시원했다. 아빠는 네가 72를 외칠 때 느낌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