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공비행은 무리였다.
날개가 덧없이 무거웠다.
풍광은 학교 운동장, 화분을 채취하며 다니던 항로다.
늘 빈 운동장이었는데, 오랜만에 아이들이 보인다.
근처로 가니 고주파가 들렸다.
이명이 느껴졌다.
정신을 못 차리고 운동장을 맴도니 아이들이 도망간다.
놀래킬 맘은 없었는데 다시 올라갈 힘도 없었다.
가장자리 넝쿨 위로 날개를 접었다.
다시는 날갯짓을 못하리란 걸 직감했다.
비가 슬금슬금 내린다.
페로몬 향이 가라앉았길.
시체를 집안 식구가 발견하지 않길.
사사로운 걱정은 빗물에도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한가로이 산책을 나온 게 언제였나,
날갯짓이 서툴러 아이를 돌보던 때였을 거다.
아이를 배정받기 전 날 뿐이었다.
태어나, 애를 키우고, 집을 쓸고, 닦고,
무거운 분을 이고, 그 긴 거리를 왔다 갔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경비를 하고,
그날을 만나 집을 지키기 위해
똘똘 뭉쳐 지피다 간 동료들,
잡생각이 슬슬 피어와,
빗소리에 춤을 추고 싶네,
음음,
음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