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고온주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온 Dec 28. 2021

환상지통

(3)

출근 날 아침, 거울 앞에 선다.

꽁꽁 감싼 붕대를 풀어, 몸을 관통한 기나긴 구멍을 비추어본다.

나는 그 구멍이 궁금하지 않다.   

나도 남들처럼 나이를 먹는다.

다시 내 자리로, 서두른다.

감성보다는 관성대로, 돌아온다.


해가 짧아진 밤, 붕대가 풀렸는지 콩콩 아파온다. 

창을 열고 착각의 바람을 맞는다.

노란 공기가 차라리 달다.     

끈끈한 바닥을 벗고, 거품을 푼다.

몸이 뻐끔뻐끔한다. 


음성을 뱉기도 전에 진다.

열기가 남은 비닐을 풀어헤친다. 

찬밥까지 말아먹고, 씻겨낸다.

좁은 음성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시꺼먼 밤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기나긴 구멍이 따끔따끔하다.


몸이 서두를 뗀다.

구멍에게 종용한다.

기나긴 구멍이 한숨을 쉰다. 

나는 좀 이따 잘게. 

잘 자. 내 사랑.   


매거진의 이전글 체리 귀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