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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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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온 Jan 09. 2022

장마와 입간판

(12)


          

빗물에 살갗이 떨어졌다

불어난 강물에 휩쓸렸다

난생 첫 여행이었다          

낮에는 햇살로, 밤에는 치레로

스스로 발광하는 세상 속,

빛나지 못하는 나는 왜 만들었어요?          




내리는 빗물로 먼지를 흘려보내다,

난생처음 탕에 들어왔다

발목부터 고인 물이 단숨에 허리까지 차올랐다

뿌리내린 나무들도 나부끼는 폭풍우,

묶이지 않은 몸뚱이는 공중에 떠올랐다

매지 않은 것들이 떠올랐다     

기능하지 못하는 나도 찾아줄 건가요?




모든 사물이 파인 자리를 떠난다

태풍도 휘청이는 밤을 붙들고 있다

고요한 난장판 속,      

어둠을 밝히지 못하는 건

밤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기다림은 작위作爲,

서로를 붙드는 산호초,  

여행이 마음에 들건 말건,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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