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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온 Jan 03. 2022

삐빅,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뱃속에 꼬르륵이 사는 소녀(6)

학교에 가는 꿈을 꿨다.

어제처럼 똑같이 수업을 들었다. 이질감이 없었다. 바글바글한 아이들 틈에서, 급식도 먹었다.  

눈을 떴다. 9시였다. 학교에 갔을 시간이었다. 

안도했다.




자유를 만끽할 새도 없이 나갈 준비를 했다. 결과를 내야 한다. 내 선택이 맞았다는 결과를 내야 했다. 도서관을 3년 만에 찾았다. 집에서 주먹밥도 챙겨갔다. 2시간 만에 주먹밥을 먹었다. 먹고 배고플까 봐 식당에서 비빔밥까지 먹었다. 너무 배불렀다. 잠깐 엎드려서 잠을 잤다. 

"꾸으으으르"   


도서관을 나왔다. 그래도 3시까지 버텼다. 집에 와서 엄마랑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이 시간에 엄마랑 집에 있다는 게 낯설었다.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아빠가 왔다. 재빨리 방에 들어가서 인사를 했다. 오늘은 영어를 했으니, 내일은 수학을 해야지. 


도서관에 3일 등교 도장을 찍고 그만뒀다. 나온 지 4일 만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학교를 나와서 벌을 받는 건 아닐까,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장례식장에 갔다. 엄마가 많이 울었다. 

 




지역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에 갔다. 상담을 받고 싶었다. 중학교 때 Weeclass가 처음 생겼다. 상담 선생님과 진로 선생님이 계셨다. 진로 선생님께 상담을 받았다. 선생님 얘기만 듣다 나왔다. 고등학교 때 만든 또래상담 동아리에선 여름 방학에 교육을 받았다. I - message, 주변 친구 상담기를 나눴다. 상담 근처를 맴돌았는데 상담을 받지 못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해준다는 포스터가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저기서 상담을 받아야겠다. 학교에서 생각했다.

 

아침 일찍 파란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렸다. 청소년 상담 복지 센터에 도착해 상담 선생님을 만났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이 있다고 했다. 검정고시 학원비를 4개월 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검정고시 학원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또 학교 밖 청소년들끼리 만나는 모임과 활동도 있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상담과 학원비 지원을 받기로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는 시간이 아까웠다. 대학을 가려면 공부하기에도 바빴다. 마음이 조급했다. 


집에 가려고 파란 버스를 탔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댔다. 

청소년입니다.

기사님이 날 쳐다봤다. 눈빛이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청소년이 왜 이 시간에 여기 있어?'

눈을 피해 맨 뒷자리에 앉았다. 하교 시간에 상담을 받기로 했다.  

  





검정고시 학원은 자전거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었다. 평소엔 지역 자전거를 빌려서 갔지만, 오늘은 걸어가기로 했다.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녹색불이 깜빡깜빡하고 있었다. 9, 8, 7, 점점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발을 굴렀다. 진입할 땐 녹색불이었는데, 중반을 넘자 빨간불로 바뀌었다. 차들이 나를 향해 달려올 것 같았다. 얼른 가야지, 발을 딛는 순간, 오른쪽 시야에 하얀 승용차가 보였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순간이 아주 느리게 보였다. 그러나 몸을 피하기엔 늦었다. 머리에 사이드 미러가 닿았다. 몸이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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