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세상

(10)

by 고온



뒷발에 채어 바닷물에 빠졌다

물거품이 일었다

버둥거리는 몸이 오래도록 빨려 들었다

질끈 감은 눈을 떴다

발에 이끼가 닿았다

발바닥이 미끈거리고 간질거렸다

이끼 위로 운동화 한 짝이 기어가고 있었다

흰 운동화를 들어 올리니 소라게가 달아났다

물기를 털고 품에 안았다


물빛은 푸르렀다

우거진 나무가 중력 받치고 있었다

조금 더 발을 디디자, 책상이 보였다

물속 책상은 젖지 않았다

책상 위에 편지를 썼다

4B연필로 느린 그림을 그렸다

귓구멍이 먹먹했다


같이 왔으면 했다

다리에 닿는 감각이 저렸다

눈을 두 번 감았다

물기를 토해냈다


그 사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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