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그때와 지금의 나

by 약속의 땅


형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병원에 왔다.”

형의 숨이 짧고, 말도 짧았다.

급성폐렴 같은데 결핵도 의심되어 격리 중이라 했다.

낯선 공포가 오래된 그림자를 흔들었다.


서른한 해 전, 나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

열여덟 살, 병실 창가에 기대어

햇살이 바닥에 길게 드리운 오후를 바라봤다.

지난 두 해 병명은 오래 드러나지 않았다.

감기약만 삼키며 두 해를 흘려보냈다.

두 해가 지나고서야 종양을 동반한 결핵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칠 개월 동안 창밖 나무의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도 흔들렸다.


내가 병원에 있을 때 엄마는 마흔아홉이었다.

식당에서 손끝이 불어 터지도록 일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한양대 병원의 긴 오르막을 걸어 내게로 왔다.

간식을 놓고, 내 이마를 짚고,

막차가 끊기기 전에 다시 돌아섰다.

나는 침대에 눕고,

엄마는 밤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31년이 흐른 지금,

엄마가 지금 병원에 누워 있다.

산소마스크가 입을 가리고,

팔에는 링거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가늘어진 다리는 바스락거리는 종이처럼 말라 있다.

나는 엄마의 종아리를 문지른다.

피부는 손바닥 안에서 흩어지고,

뼈는 대나무처럼 솟아 있다.

엄마의 숨결이 떨리고, 모니터가 삑삑거린다.


내가 누웠을 때, 마흔아홉의 엄마.

엄마가 누웠을 때, 마흔아홉의 나.

엄마의 나이와 내 나이가 포개어진다.


나는 이제 아이를 키운다.

아이의 기침에도 가슴이 저민다.

그때의 엄마도 나를 이렇게 바라봤겠지.

그 시절의 엄마가, 내 안에 서 있다.


엄마의 손등에 검버섯이 피었다.

주름은 깊은 고랑과 이랑이 되고,

그 고랑마다 시간이 고인다.

엄마는 늙어간다.

사람은 그렇게 종이가 되고, 바람이 된다.

나는, 그 바람 소리 앞에 서 있다.


작가의 이전글성공이라는 이름의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