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맷집
이 글은 이런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코로나로 인해 지치신 분들
코로나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고 싶으신 분들
주위에 만보를 걷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이 문을 닫고,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서인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걷는다. 나도 꾸준히 걸으려고 노력한 지 이제 5개월, 만보를 걸으려 노력한지는 두 달이 되었다. 하루에 만보 걷는 것이 상당히 쉽지 않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배우 하정우가 하루에 3만보를 걷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에 3만 보? 솔직히 좀 놀랐다. 그는 577킬로미터 국토대장정을 끝내고 성취감에 좋을 줄 알았는데, 그 끝이 오히려 허무했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걷기를 시작했다 한다.
하루에 만보를 걸으려면 꽤 부지런해야 한다. 만보를 걷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좀 있어야 한다. 보통 10분에 1000보 정도를 걷는다고 하니 하루에 최소 90분 정도를 걸어야 만보를 걷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에는 걷는 것을 운동이라고 하는 사람이 참 미련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걷고, 고작 걷는 걸로 운동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데 난 걷기 시작하면서 ‘이게 운동이 되는구나!’라고 이미 설득되었다.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유익이 많음을 경험하고 있다. 여태까지 걷기로 얻은 가장 큰 유익은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었다.
2월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는다. 꽃이 피고, 꽃가루가 어마 무시하게 날리는 5월에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나의 주머니엔 항상 휴지 한 뭉치를 지니고, 흐르는 콧물을 닦으며 걷는다. 비가 올 때면 개구리 우는 소리를 즐기며 걷다가, 무더운 7월에는 땀방울을 닦아가며 걷는다.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만 즐기던 내가 만보를 걷다 보니 계절마다 다른 소리와 냄새, 온도와 습기를 체험한다. 코로나로 무감각해진 오감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다시금 즐기고 감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내가 걷기 시작하니, 아내가 같이 걷는다고 길을 나섰다. 달빛 아래 같이 걸으니 이야기 꽃이 핀다. 가족, 스케줄, 맛집, 교회, 신앙 가치관, 요즘 핫한 ‘놀면 뭐하니’ 싹쓸이, 남북 관계, 중미 관계, 친구들... 아내와 나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핀다.
걷다 보니, 답답하고 복잡했던 마음이 추슬러지고,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2020년 절반의 계획이 ‘실패했다’라는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이야말로 ‘믿음의 맷집’을 키울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닫게 된다. 어찌 보면 지금이 신앙생활의 위기일 수도 있다. 모임과 만남이 줄어든 지난 몇 개월이 우리에게 억지의 쉼을 허락했지만, 쉼이 아니라 신앙이 쇠퇴해질 수 있는 위기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지금이야말로 한 박자 쉬어가며 레위기 25장의 안식과 희년을 통해 주어지는 자유함과 거룩함을 연습하고 훈련하고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오늘 아침 만보를 걸으며 꽤 도전적인 시를 한 편 읽었다.
만약 2020년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만약 2020년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렸던 한 해라면?
너무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두렵고, 너무 다듬어지지 않아
결국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어버리는 한 해.
큰 비명소리로 무뎌진 잠 속에 빠진 우릴 깨우는 해.
결국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한 해.
변화를 선포하라. 변화를 위해 일하라. 변화가 되어라.
서로를 밀쳐내기보다는, 드디어 우리가 하나로 뭉치게 되는 한 해.
2020년은 취소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살면서 가장 중요한 한 해일지도.
-레슬리 드와이트-
가장 답답할 수 있는 지금.
가장 교회와 멀어지고, 주님과 멀어질 수 있는 바로 지금이
참 자유와 안식을 주시는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믿음의 맷집을 키워야 할 때이다.
나는 오늘 밤에도 밖에 나가 걸으며 창조주의 냄새를 맛고 소리를 들으면서 그리스도가 허락하신 자유를 누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