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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구누나 Oct 05. 2022

땅콩

나는 땅콩을 좋아한다. 중국산, 국산 가리지는 않는데 국산이 맛있기는 하다. 껍질 색깔도 좀더 진하고 알도 굵다. 한 입 먹어보면 향기부터 다르다. 중국산에서는 특유의 눅눅한 냄새가 난다. 배타고 건너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중국 땅이 좀 눅눅한 건지 (중국 비하는 아님), 하여간 땅콩 맛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맛있다.


회사 책상 위 땅콩

어릴 때부터 땅콩을 좋아했다. 집엔 항상 땅콩 껍질이 풀풀 날렸다. 내가 기억하는 한 거짓말 안치고 3살부터 땅콩을 먹었다. 그리고 3n살이 된 지금까지도 땅콩을 먹는다. 학교 다닐 땐 비닐봉지에 땅콩을 싸갔고, 취직하고 나서는 유리병에 땅콩을 싸갔다. 껍질 깔 때 비닐 소리가 바스락대면 민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아예 껍질이 까져 있는 땅콩이 나온다. (근데 이건 국산으로 사도 눅눅한 냄새가 난다. 사자마자 냄새가 났다. 땅콩에겐 껍질이 중요한 것 같다.) 타이핑 칠 일이 많아서 껍질 까기가 귀찮았는데 과자처럼 집어먹기만 하면 돼서 너무 편하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본가에 가는 날이면 국산 땅콩을 사다 놓으신다. 저녁밥 먹고 쇼파에 앉아 tv보고 쉴 때면 엄마는 저기 땅콩 사다놨으니까 먹으라고 한다. 난 뭘 또 이런 걸 사다놓냐고, 국산 비싼데, 하면서도 야금야금 가져온다. 뚜껑 가득 껍질이 수북하게 쌓일 때까지 먹는다. 바람이라도 불면 땅콩 껍질이 후두둑 날아가기 때문에 조심히 먹어야 한다.


몇 년 전 친구랑 신도림 역 앞을 지나고 있는데 길거리에 할머니가 쭈그려 앉아 방울토마토, 땅콩, 완두콩 등을 팔고 계셨다. 나는 나도 모르게 땅콩을 보고 ‘맛있겠다.’ 라고 했다. 친구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뭐가?’ 물었다. 난 손으로 바닥에 있는 땅콩을 가리켰다. 친구는 내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가져갔는데도 두리번거렸다. ‘뭐가? 여기 대체 맛있는 게 뭐가 있어?’ 난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땅콩…’ 친구는 소름끼친단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너 아직도 땅콩 좋아해?’ 그렇다. 이 친구랑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다.


근데 웃기게도 땅콩크림은 안 좋아한다. 땅콩 아이스크림이나 땅콩으로 된 빵이라던가, 땅콩으로 2차 가공된 음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난 땅콩 그 자체가 좋다. 아몬드도 먹기는 하는데, 땅콩에 비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마카다미아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땅콩엔 비비지 못한다.


우리 강아지(윤덕구, 스트릿출신, 시츄, 7세, 남아, 아랫도리 땅콩없음)도 땅콩을 먹긴 한다. 몇 알 정도만 주면 ‘주는데 맛이나 볼까’ 하면서 되게 맛 없는 표정으로 씹는다. 강아지는 고소한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버지는 전원주택으로 귀촌 후 농사에 재미를 붙이셨다. 그리고 가장 비옥한 땅을 골라 고난이도 작물인 땅콩을 심었다. 그러나 땅콩 농사는 번번이 실패하고 계신다. 


땅콩은 성인 평균 하루 20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난 오늘 벌써 200알을 먹었다. 평생 먹은 땅콩은 아마 2000000알 정도 될 것 같다. 그래도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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