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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at on the boat Apr 03. 2023

2023년 동계 관련 노트 발췌

<나는 하늘에서 파도를 본다>

(1)

겨울에 태어난 아이스크림이여, 

그대는 아스팔트 위에 내던져지더라도 

작고할 일은 없으리라.


그러나 그대에게 있어서 삶이란 

정녕 길바닥 위의 먼지와 교합하며

자살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혓바닥을 타고 위산까지 미끄럼을 행함일 터.


아이아, 차라리 섭리에 의해 녹아내려

하수구 국물을 따라 지하세계를 탐험하여라!


그대 살해하기를 주저 않는 태양을 피하다 보면,

그대는 미미한 속임수로 구름이 될 수 있으리라.


겨울에 태어난 아이스크림이여,

나는 병든 비둘기의 바랜 털과

눈먼 실험쥐들의 끊어진 수염마저 강탈하여야,

겨울의 살육을 피해 가는구나.


차라리 날카로운 눈밭 위를 스스로 굴러

붉고, 붉은 것으로 물들이리라.


허나, 말뿐이던 것은 단지 오늘만은 아니었는고.

나는 그대의 본질이 눈덩이였음을 속고 있었다네.


-따듯이 살해되는 나무의 낭즙을 마시며



(2)

마음속 핏줄이 찐득히 뒤엉켜

불쾌한 실타래를 행위함은

 

의문스러운 미래의 발걸음이 지나치게 빨리 다가왔거나,

허탈한 과거의 기억이 야속하게 멀어졌기 때문이느냐?

 

우리네 속은 딱-딱하게 메말라

이제는 갈라진 틈새로 벌건 악취가 올라오니,

어찌 망설임 없이 그 뚜껑을 들추리오?

 

차라리 욕정에 달아오른 (저) 한 마리 해충을 보리라.

[눈앞의 사물은 일단 절대로, 절대로 맛볼 뿐

자신의 입(아가리, 주둥이, 구멍) 사이에서

산성화 되어도 걱정은 결코 작동되지 않는다.]

 

톱을 키어 몇 개의 가정을 파괴하는 대신에,

상속하여라.

 

수 시간의 거짓 햇살을


(3) 

무참히 짓밟힌 눈길을 걸어가려다 멈추었음은

갈라진 틈새로 스민 날카로움 때문이언지

 

그들의 세포막이 연로해지기 전

무참히 피어오르던 꿈의 증기는

얼다 못해 메마라가는 표면에 설려 있노라

 

처음 누군가의 발자국이 되었을 때에라면

부드러운 설렘의 흐름이 함께했던가

 

,두 번 누군가의 발자국이 되었을 때에라면 

짜게 식어버린 호기심의 발판이 되었다네

 

그 다음.

 

더 이상 자세한 관찰이나 관심의 부재요,

무거운 발길질에 검붉은 멍이 피어 버렸네

 

노견의 여린 숨이라도 베어 버릴 듯한 설태(雪苔)는,

지면의 먼지 한 마리를 길들이기에도 연약했노라

 

내 마음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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