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누군가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글귀 하나를 꼽으라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본 이 대사를 꼽을 테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수많은 종류의 학문, 기술, 이론, 지식 등 이름조차 각양각색인 '생각'의 산물이 존재한다. 허나 이 모든 관념적인 것들의 본질은, 어쩌면 '사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사랑'이라는 것의 정의가 스스로 혹은 타인이 정해 준 것이든,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든, 상대 혹은 나를 향한 것이든, 가볍거든 혹은 크거든, 내가 좋아해서이든 혹은 미워해서이든...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사랑이란 어쩌면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반대로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표상 혹은 복잡한 원리일 텐데, 생텍쥐페리는 이러한 내용을 '어린 왕자'라는 외계로부터 온 존재, 동시에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존재를 통해 단 한 마디로 정리하여, 마치 비단을 고요히 개어 놓았듯 참으로 아름답게 내쉬었다 느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어떠한 사물, 특히 언제나 나에게 인식되고 있음에도 언제나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관찰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 허나 인식되고 있는 동시에 인식되지 못한다는 역설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생각의 원천이 되곤 한다. 이는 때로 마치 영화 속 명장면처럼, 소설 속 명대사처럼, 언젠가 맛보았던 그 무엇보다 따듯한 마음처럼 내 생각의 한복판에 고집스럽게 자리를 잡아 어느 곳에서든 떠올릴 수 있게 만든다.
때로는 하늘을 볼 때에도, 때로는 무질서한 잡음에서도, 때로는 거친 발걸음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찰나의 순간일지언정 나의 마음에서 사색의 꽃을 피워 준 여러 기억들은 그렇게 나를 가슴 뛰게 한다. 하나하나 쌓인 조약돌처럼 어느 틈엔가 귀여운 무덤처럼, 화려한 생쥐의 궁전처럼, 즐겨 찾는 패스트푸드점처럼 변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늘에서도 파도를 보고자 한다."
<나는 하늘에서 파도를 본다>는 느닷없이 찾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거침없이, 때로는 정성스레 보듬어, 때로는 진취적으로 기록하여 모으게 될 산문집이다. 그들과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2023.01.04.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