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새벽, 89번째 등산 기록
어느 겨울 아침, 등산을 가기로 한 날 밤새 눈이 내렸다.
새벽 내내 뒤척였다.
‘눈이 이렇게 쌓였는데, 가야 할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부정적인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래도 나는 가야 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은 일 앞에서 "못 할 것"이라 섣불리 판단한다.
그 편견을 깨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상황을 피하지 않고,
즐기며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왔다.
몇 년 만에 찾아온 첫눈을,
두려움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새벽 6시 반, 집합.
출발 30분 전, 먼저 나가 시동을 걸었다.
칼바람 때문에 예열도 오래 걸렸다.
그런데 신기했다.
엄마들한테서 “오늘 등산하나요?”라고 묻는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산 입구에 도착해 가장 먼저 길이 많이 미끄럽진 않은지 산책로 상태를 확인했다.
어둠과 바람이 여전히 매서웠다.
하지만 우리는 입구에서 크게 외쳤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두드려 보고, 직접 걸어보기 전까지는 판단하지 마라.
생각의 한계에 갇혀 멈추지 마라.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산 입구에서는 그토록 바람이 몰아쳤는데,
숲 안으로 한 발만 들어가자 바람 한 점 없고
오히려 포근했다.
밤새 내 마음을 붙잡고 있던 걱정들은,
고작 입구에 서 있었던 나의 ‘기우(杞憂)’였을 뿐이었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선생님, 눈싸움하러 가요!”
시험 기간이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아이들이 눈밭에서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마음껏 웃어본 게 얼마 만일까.
10년 후, 아이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추억을 담는 엄마들, 추억을 쌓는 아이들.'
우리는 그렇게 또 하루를 누구보다 먼저 시작했고,
숲 사이로 올라오는 겨울 태양을 함께 보았다.
내가 이 어두운 겨울 새벽, 눈발이 날리고 바닥이 미끄러운 상황에서도 등산을 강행한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종종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막연한 불안을 키운다.
하지만 두드려 보지 않으면, 그 안이 따뜻할지 훤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확인했다.
입구의 칼바람은,
들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착시일 뿐임을.
마음의 힘은 근육처럼, 작은 성공과 실패를 한 장 한 장 쌓아 올릴 때 자란다.
그 마음을 품을 용기는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 내야 한다.
그래서 ‘성장’은 언제나 자기 자신과의 가장 치열한 싸움 속에서 이루어진다.
훗날 아이들이 이 새벽을 떠올릴 때,
'그날 숲 안은 따뜻했다'라고 기억하길 바랐다.
그리고 어떤 일을 시도하기 전에 막연한 불안함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
입구의 바람에 주저앉지 말고, 그 '한 발'을 더 내디딜 용기를 품어내길 바랐다.
한 발만 더 들어가 보라고. 거기에는 생각보다 훤한 길이,
그리고 결국은 두려움을 녹여줄 따뜻한 온기가 너를 맞아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