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하루에서,
선택하는 하루로

사춘기 아이와 함께 배운 삶의 방향

by 고백맘


아침에 눈을 뜨면 대부분 핸드폰부터 집어 든다.

알림을 훑으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운동 가야지.”

“오늘 수업이 있었지.”

“밀린 일도 처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시작되는 하루를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오랫동안

‘해야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고 버티며 살았다.


잘 사는 어른,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정작 내 삶은 늘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그러다 40대에

몸이 아프고, 일이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멈춰 섰다.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삶이란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조금은 즐겁게,

조금은 기쁘게 살아도 되는 것이었다는 걸.


‘해야 한다’라는 말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숨어 있다.


타인의 기준,

인정받고 싶은 마음,

칭찬받아야 한다는 압박,

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야 한다는 강박.



그래서 나는

이 말을 한 번 바꿔보기로 했다.

‘해야 한다’ 대신

‘내가 선택한다’라고.


같은 행동이라도

이 말 하나가 바뀌면

몸과 마음의 태도가 달라진다.


억지로 끌려가는 하루가 아니라,

내가 방향을 정한 하루가 된다.


이 ‘선택의 훈련’은 특히 사춘기에 절실하다.


사춘기는 몸만 자라는 시기가 아니다.

뇌가 공사 중이고,

호르몬이 요동치고,

마음과 정신이 동시에 흔들리는 시간이다.


그 혼란 속에서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해야 할 일들은 늘어나고,

아이들은 생각할 틈도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어느새

자기 마음이 무엇인지 묻는 법을

잊어버린 채.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 모습이

과거의 나였고,

지금 내 아이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을.


힘든 엄마 앞에서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왜 말을 안 해?”라는 질문에

“엄마가 힘들까 봐…”

“허락 안 해줄까 봐…”라고 답하던 아이.


아이는

지레짐작으로 자신의 욕구를 숨기며

나처럼

‘애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었다.


막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내가 선택한다’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선택한다’는 말은

편한 말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하지 않을 용기

결과를 감당할 책임이 함께 들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책임이

사람을

주체적으로 만든다.


물론

살다 보면

선택할 수 없어 보이는 일들도 있다.


매일 밥을 차리는 일처럼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


그럴 때 나는 그 ‘해야 한다’에 가치를 붙여본다.

“아, 밥 하기 귀찮아”가 아니라

“나는

이 밥을 먹고 힘을 낼 나를 위해,

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해

이 일을 선택한다.”


이렇게 마음을 바꾸는 순간,

하루는

투덜거림이 아니라

감사가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는 당장 인생을 바꾸는 마법 같은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연습, 꾸준히 해보는 연습, 스스로를 믿는 연습이다.


“내가 원해서.”
“내가 나를 위해.”
“내 미래를 위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공부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편이 된다.


당장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기 하루를 조금씩 스스로 선택하는 연습을 한 아이는

언젠가 자기 앞에 놓인 일들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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