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새벽 운동의 묘한 매력

by 고백맘

새벽 운동의 묘한 매력.


어두컴컴한 한겨울 새벽 6시. 아이들과 아침 운동을 한 지 4년째 접어들었다.

1킬로 남짓한 숲 산책길을 걷고 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는 이 운동도 몸에 익어 습관처럼 일어나고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하다.

함께 한 엄마들도 같은 말을 하니, 사람은 느끼는 게 다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처음 듣는 사람은 신기해하고, ‘군대’라는 표현까지 쓰며 혀를 내두른다.

올겨울 강추위에도 며칠 쉰 것을 제외하고 매일 했다고 하면 딴 나라 사람 취급한다.

하지만, 우리는 땀 흘리고 운동하는 새벽 운동의 묘한 매력에 빠져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던 하늘이 어느새 붉은빛으로 물들고,

해가 떠오르는 마술 같은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꽃 피는 봄, 푸르른 여름,

드높은 하늘과 붉은빛 가득한 가을, 그리고 어두운 겨울.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느끼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자연인’이다.


어둠에 더 드리워진 어둠


어느 날, 숲 산책길 가로등이 고장 나서 그 길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

간혹 할아버지, 할머니 몇 분이 보였지만 호들갑스러운 나와 달리 덤덤한 표정이셨다.

굴곡진 인생사 이 어둠 따위는 큰일이 아니란 듯한 표정으로 그 길을 뚫고 나오셨다.

난 이내 뒤돌아서 집에 왔지만,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가장 싫어하는 색, 검은색. 내가 본 검정 중에 가장 짙은 흑색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그 길.

내일 또 그 길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난 공부방 아이들에게 검은색 옷을 입지 말라는 당부까지 한다.

검정 옷을 입고 운동하면 여름에는 괜찮지만, 한겨울에는 어둠에 섞여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사춘기 상징인 검은색을 벗고 밝은 색 운동복만 입고 나온다.


이번에도 이 길을 빨리 밝게 돌려놓고 싶었다.

구청 민원실과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니 가로등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번호를 알게 되었다.

내가 전화했을 때 담당자는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기에 상세히 알렸다.

그리곤, 공부방 엄마들에게 전화를 한 통씩 다하라고 당부까지 했다.

이렇게 해야 빨리 움직일 거 같았다.

마지막으로 전화한 엄마가 가로등 부품 노후로 인한 고장이었고.

수리 예정 시간까지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대낮이 되어 버린 새벽 숲 산책길


익숙한 길이 느닷없이 ‘어두웠다’가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아진’ 길을 봤을 때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평소 이 길은 새벽의 어둠에 묻혀 가로등이 있었지만, 조도가 낮은 상태로 다니기 불편했었다.

그런 이 길이 정전사태를 겪고 밝아지니 새벽 숲길을 걷는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아이들의 안전도 안심할 수 있어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두 번의 수술과 여러 후유증으로 지친 몸이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삶을 꾸리기 위해, 나만 바라보는 아이가 된 아빠를 위해,

지친 마음 추스르고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

버팀목이 되어 주는 유일한 이곳마저 어둠 속에 잠겼을 때

내가 느낀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낮처럼 밝아진 이 길에서 나의 삶 또한 곧 좋아질 거란 막연한 희망까지 품게 되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언젠가부터 이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해뜨기 전 어두운 숲길을 걸을 땐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고통과 좌절을

바람결에 날려버리듯 내맡긴 채 걷는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어.’ 속삭여주는 듯하다.

돌아오는 길 끝에는 어김없이 하늘 위 어둠을 뚫고 눈 부신 태양이 떠오른다.


아이들과 난 그 길목에 서서 ‘꿈을 외친다’.

아이들과 난 이곳을 ‘꿈의 명당’이라 부른다.

아침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뜨거운 열기가 얼굴마저 달아오르게 한다.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고, 붉은 기운과 희망만이 넘쳐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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