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선물
10년 전, 몸이 계속 피곤해 병원에 갔다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와 상담하던 중,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귀에 또렷이 꽂혔다.
늦은 나이에 육아를 하며 습관처럼, 그저 열심히 살아왔다.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진통제도 듣지 않았지만,
그저 '내가 약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몸을 의심하지도 않은 채 하루하루를 밀어붙였다.
의사는 말했다.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졌고, 결국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모든 곳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이란 말을 내 삶에 적용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그 열심히가 결국 내 몸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 순간, 내가 살아온 세상에 대한 원망이 터져 나왔다.
수술을 받고,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날들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멈춰 있던 그 시기,
문득 나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움직이고, 가볍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과 나를 가르는 경계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몸의 시스템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멈춘다는 것.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진짜 삶이 아니었다.
의사에게 몸의 시스템에 대해서 들었을 때는
무언가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표로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이 망가지고 나서야 그게 습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스템은 매일을 쌓는 생활의 리듬이고 구조였다.
몸이 망가진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늘 아이가 먼저였다.
밤마다 깨는 아이를 돌보다가 수면의 리듬이 망가졌고,
제때 밥 먹을 여유가 없어 커피믹스로 끼니를 때우는 습관이 굳어졌다.
평생 운동 한 번 제대로 안 했던 몸으로 하루하루 진을 빼며 버티듯 살아왔다.
그게 문제였다. 쌓이고 쌓인 작은 파열들이 결국 몸 전체를 무너뜨렸다.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책을 공부하며 아주 단순한 답을 얻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움직이는 것."
몸은 신호를 준다.
고장 나기 전에 보내는 소리.
그 소리를 무시한 대가를 나는 치렀다.
결국 시스템을 회복한다는 건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었다.
내 컨디션에 맞게 움직이고, 내 감정과 피로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게 내가 다시 삶을 되찾는 첫걸음이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건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규칙적인 생활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운동을 생활처럼 하고, 먹는 것에 절제와 균형이 있고, 잠도 제때 잤다.
그들은 밝았고 자유로웠다.
학습에서도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잘 자리 잡힌 아이들이
공부도 꾸준히 하며 학습 스트레스도 적었다.
공부든 건강이든, 결국 삶의 흐름은 '잘된 습관'이라는 시스템 위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내분비계, 호흡기계, 순환기계. 이 복잡한 것들이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가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건강이란, 자연스러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때 유지되는 것이었다.
몸이 보내는 사인을 무시하고, 감정의 소리를 억누르고, 삶의 리듬을 잃으면 결국 고장 난다는 것.
나는 이제 안다.
몸을 돌본다는 건 자연의 질서를 되찾는 일이며,
삶을 돌본다는 건 좋은 습관이라는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는 것.
건강을 잃고 난 후, 나는 몸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 후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기
건강한 식자재를 사서 집밥을 생활화하기
그리고 등산이나 산책으로 몸을 움직이기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세상과 나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공부했고, 나만의 환경을 만들어갔다.
에너지를 아끼는 삶을 선택했다.
이렇게 쌓은 생활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 사람들과의 약속도 가능하면 줄였다.
누구와도 친절할 수 있지만, 내 에너지를 지키는 일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삶은 정돈되지 않은 삶이 아니라 조용히 흘러가는 삶이었다.
루틴이 무너지면 마음도 금방 무너졌기에,
나는 다시 반복되는 하루의 힘을 믿기로 했다.
공부방도 좋은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아침에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학습하고,
작은 미션을 수행하며,
글을 쓰고, PDS(계획-실행-피드백)를 기록하게 했다.
이 작은 구조들은 '규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습관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고 공부하며 지내려면 기본적인 인성교육도 자리 잡아야 했다.
청소, 쓰레기 버리기, 신발 정리, 인사하기 등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질서를 만들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나누어 실천한다.
습관이 시스템이 되고, 시스템이 환경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습관'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결국 가정의 시스템까지 건드려야 했다.
늦게 자는 아이,
과한 간식을 먹는 아이,
산만한 생활 루틴에 익숙한 아이들.
그 모든 습관을 바꾸기 위해 나는 엄마들과 이야기했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전체 환경을 함께 바꿔나갔다.
그건 단순한 공부방이 아니었다. 삶의 흐름을 다시 짜는 일이었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좋은 시스템,
즉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환경은 곧 사람이 살아가는 리듬이었다.
나는 그렇게 나부터 다시 살아내기 시작했고,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운동장으로 산으로 불러들여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누군가는 책마루의 아침운동을 빡빡하고 답답한 일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동 6년 차에 접어든 우리는 안다.
이 정해진 리듬이 오히려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마음을 단단하게 지키며, 학습의 흐름을 자유롭게 해 준다는 것을.
질서 있는 삶 속에서 우리는 진짜 자유를 배웠다.
나를 바꾸고, 아이들을 바꾼 것은 작은 루틴의 힘이었다.
그것이 나를 회복시키고, 나의 아이들, 나의 일터, 나의 일상까지
차곡차곡 다시 쌓아 올리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