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바미 Jun 23. 2019

내 인생의 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

조만간 맞이할 나의 마흔에게

 오랜 친구의 얼굴에서 문득 주름을 본다. 흰머리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거울을 보듯 지긋이 바라본다. 우리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10대 때부터 함께 한 친구들을 볼 때면 더욱 세월의 흐름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어릴 때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 속에 노화는 포함되지 않았기에 몸의 변화가 당혹스럽기도 하다.

 


 20대 후반부터 새치가 생기기 시작했던 나는 몇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새치 염색을 한다. 처음 새치염색을 입에 올렸던 날 뭔가 김 빠진 맥주가 된 기분이었다.  

 라디오에서 들었던가 “동안” 보다 “동심”을 더 신경 써보자고 했다.  물론 젊게 사는 마음과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필사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아직 30대 중반인 나는 동심 보단 역시 동안 외모가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둘 늘어가는 눈밑 주름과 팔자 주름 따위는 남일처럼 생각하고 싶다.


 

 신체의 변화는 비단 외모의 문제만은 아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빠짐없이 나온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이 내시경을 했는데 위염과 식도염이 발견됐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둘씩 자기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이야기는 이어졌다.

 


 위장병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도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가 있다. 결혼을 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위장병으로 엄청나게 고생한 나였다. 동네 내과에 가서 처방을 받았는데 차도가 없어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유 없이 계속 아팠고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는 채로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당연히 생활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다 인터넷 검색으로 비슷한 증상의 사례를 보고 한의원을 찾게 되었다.

 한의원에서 내 증상을 “담적”이라고 불렀다. 이름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병이 이름이 생기자 마음속에 있던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사라졌다. 3개월 정도 내원하면서 한약을 먹었더니 점차 나아졌지만 틈만 나면 재발해서 식이 조절이 필요하다.


 

 등산을 하고 나면 무릎이 아프고 어느 날 집안 청소를 열심히 하고 나면 손목이 아프다. 조만간 처음으로 정형외과에 방문해볼 생각이다. 몇 달에 손목에 미묘한 통증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말초성 어지럼증으로 몇 주를 고생했다. 요즘 들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 가끔 우울해지기도 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지만 그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닐까 싶다. 미쳐 마음이 다 자라나기 전에 몸은 절정을 지나 조금씩 시들어 가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 내 몸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점점 체력도 떨어지고 노화로 인해 새로운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인생의 절정을 20대로 생각한다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한없이 서럽기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금 관점을 바꿔 볼까 한다.

 요즘 백세시대라는데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인생의 절정은 40~ 50대가 아닌가.

 


 함께 매거진을 쓰고 있는 정희옥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희옥 님이 매거진 첫 글에 나이를 밝히셨기에 쓰신 글들이 더욱 리얼하게 느껴진다.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나이의 이야기들은 앞으로 나의 40대 50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만든다. 함께 매거진을 꾸며 나가게 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어른이의 성장일기”를 매거진의 제목으로 한건 절정을 지나 시들어가는 몸과는 다르게 아직도 절정에 이르지 못한 마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은 항상 나이에 비해 어리게 그렸는데 그게 아마 마음의 나이가 아니까 싶기도 하다.

양심상 눈밑 주름을 추가했다.


 언젠가 내 마음이 폭풍 성장하면 내 얼굴의 팔자주름도 남들보다 조금 허약한 몸도 나임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나에게 주어진 것 들에 감사하며 살아가겠지만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 같다.



  얼마 전부터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몸에서 다시 적신호를 보내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지만 이참에 꾸준히 운동해 건강과 매끈한 몸매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자는 계획을 세운다. 남편과 친구들은 웃기지 말고 건강이나 챙기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먹지 않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