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길냥이 이야기.
작년 겨울이 오기 전까지 저녁 식사 후 남편과 자주 산책을 나갔었다. 어느 동네나 그렇듯 밤 산책을 하면 길냥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중 유독 친화력이 좋았던 녀석이 있었는데 코 주변에 검은 점이 있어 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간혹 길가다 여러 번 마주치는 고양이들은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주었었다.
딱히 그들에게 허락을 받지도 그들 앞에서 이름을 부러 주지도 않았지만 왠지 김춘수 님의 “꽃”이라는 시의 구절처럼 그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다.
고양이는 대부분 자신의 영역 안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산책 코스를 영역으로 한 고양이들은 여러 번 만나게 된다. 점박이도 아마 우리가 다녔던 산책 코스를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었다.
점박이는 상냥하고 애교가 많았다. 길 가다가 만나면 “애옹~애옹~”하고 울면서 예쁜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봤다. 아마 먹을 거 없냐고 있으면 좀 달라는 뜻이었겠지만 빈 손으로 산책을 나왔기에 매번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도 점박이는 괜찮다고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어느 날은 간식을 챙겨서 나왔지만 그런 날은 점박이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또 빈손으로 나온 날 꼭 마주쳤다. 하루는 너무 미안해서 내가 점박이랑 놀아주고 있는 사이에 남편이 집에 뛰어가서 캔 사료를 들고 나와 주었던 적도 있었다.
점박이는 길냥이 같지 않게 털이 깨끗하고 윤이 났다. 사교성 좋은 성격 덕분인지 꼬리도 길쭉하고(고양이들은 영양분을 잘 못 받으면 꼬리가 짧다고 한다.) 몸도 마르지 않아 어찌 보면 집냥이 같기도 했다.
어느 날은 캣맘이 주는 사료를 먹고 있는 점박이를 보았다. 밤 산책을 하다 보면 캣맘들도 몇몇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도 캣맘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오고 건강이 안 좋아졌었다. 겨울 내도록 집순이 모드였다. 워낙 추위도 많이 타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인지 위장병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직장과 집만 왔다 갔다 하면 겨울을 보냈다.
날씨가 풀리고 다시 남편과 다시 산책을 할 때 문득 점박이가 안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점박이는 어디 갔을까? 겨우내 무슨 일이 있었나? 남편은 우리 동네 최고의 친화력을 자랑하는 점박이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그날부터 길냥이들은 만나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보다는 가진 것이 좀 더 많은 인간이라 측은했고 그들을 힘들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인간이라는 것도 미안했다. 그리고 내가 뭔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주변에 캣맘들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미안했다.
미안해서 길냥이들 밥을 주기 시작했다. 아파트 주변에 사료와 물을 두고 었다. 어느 날은 밥을 먹으러 온 고양와 마주쳤는데 우리를 조금 따라오더니 우리 뒷모습을 바로 보았다. 마치 배웅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 아이를 까치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산책하면서 만난 길냥이들에게도 사료를 주었다.
아는 고양이들도 만나고 모르는 고양이들도 만났다. 그들이 경계하면 우리는 재빨리 자리를 피해 준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전 보다 앞면이 익숙한 길냥이들이 많아졌다. 비슷한 무늬의 고양이들이 있어 꼬리 길이를 보고 구분하기도 한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듯 비가 쏟아지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사료가 비에 퉁퉁 불어 버려서 또 걱정이다. 남편은 뭐가 맨날 그렇게 걱정이냐고 한다.
점박이와는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부디 무사히 어디선가 친화력을 뽐내며 무더운 여름도 견뎌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