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해외 MBA, 알고 시작하자
지원 준비부터 졸업까지 투입되는 전체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해외 MBA만큼 비싼 학위가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직장인들이 MBA로 몰려드는 이유는 그만큼 MBA에 거는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리라.
MBA는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장에서는 해외 MBA와 관련하여 ① 준비 및 지원 비용과 ② 재학 및 기회비용을 먼저 따져 보고자 한다. 그다음엔 논란이 많은 ③ ROI(Return on Investment)에 대하여 얘기해 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MBA는 한 끗 차이로 나를 위한 투자일 수도,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하여 내 사례를 덧붙여 보고자 한다.
일단 해외 MBA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그만큼 돈 들어갈 일도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GMAT 및 TOEFL 시험비용이 각각 회당 $250이며 학교에 따라 $200~$300 수준의 접수비를 요구한다. 시험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더 많은 학교에 지원할수록 그만큼 더 많은 돈이 소요된다.
각각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필요 점수를 획득하고 2~3개 학교만 집중 지원한 후 최소 1개 학교에서 합격 콜을 받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단언컨대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GMAT/TOEFL
학원: TOEIC 보다 2~5배 비싼 편 x 점수 나올 때까지
시험: 각 회당 $250 x 점수 나올 때까지
이력서/에세이
언어 교정: 에세이 1개당 5~30만 원 x 에세이 개수 x 지원 학교 수
(옵션) 전문 컨설팅: 그 비용이 몇 달치 월급일 것 이외다..
원서접수/면접
접수비:약 $250~$300 x 지원 학교수 x 지원 연도 수
(옵션) On-Campus 면접: (왕복 항공권, 현지 숙박, 교통비 등) x 방문 학교 수
해외 MBA 준비 시에는 소요기간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금전적 지출이 많아질수록 정신적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가중된다. 다른 똑똑한 분들처럼 6개월 만에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처럼 운이 나쁘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더 운이 나쁜 경우는 몇 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케이스이다.
만약 내가 그때 전문 컨설턴트와 학교 방문 면접 카드를 이용했다면 현 상황은 달라졌을까? 내가 그 카드들을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에 따라 나의 MBA 준비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더 좋은 학교로부터 합격 콜을 받는 결과를 가져다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성격이라면 분명, 가중된 금전적 부담만큼 더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괴로워했었을 것 같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나... 하면서 말이다.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므로 여기서도 정답은 없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거나 그만큼 절실하다면 굳이 안 쓸 이유는 무엇인가. 본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결정하면 될 것 같다.
아무리 MBA 준비 및 지원 비용이 많은 든다 하여도 MBA 재학 중 청구 내역서를 보면 세 발의 피일뿐이다. 미국 Top MBA 소요 비용이 연간 $100,000 수준이다. 이 금액은 싱글 기준이며 MBA 학비에 최소한의 생활비만 포함한 값이다.
가족 단위인 경우 집세, 식대 및 보험료 항목이 올라가야 하며 자녀들의 교육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여기에 리쿠르팅, 여가 활동, 가족 여행 등의 개인 지출을 추가하면 총금액은 하염없이 올라간다. 주변의 한국인들을 보건대, 미국 MBA 2년 동안 싱글은 2.5억, 가족은 3~3.5억 정도가 소요되는 것 같다.
참고로, 같은 미국 내에서도 랭킹 및 지역, 지원 시점에 따라 금액이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지원 시점에 목표로 하는 학교의 웹사이트에서 정확한 금액을 확인해 보기를 추천한다.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상위권 랭킹에 들어가는 Full-time MBA 프로그램들은 연간 학비 자체가 매우 비싸다. 그래서 2년이 아닌 1년 코스의 MBA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전체 MBA 소요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나 만약 탄탄한 해외 직장경력 없이 현지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의 1년 프로그램들은 인턴십 기간을 포함하지 않는다. 토종 한국인이 현지 인턴십 경험도 없이 풀타임 정규직 리쿠르팅에서 단번에 승부를 본다는 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 이제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이다. 내가 만약 2년이라는 시간을 MBA에서 보내고자 한다면 현 직장에서의 2년 치 연봉과 보너스, 그리고 진급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특히 결혼 적령기에 있는 지원자들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저버려야 할 수도 있다. 만약 와이프가 직장생활을 접고 힘든 타지 생활을 함께 해준다면 와이프의 2년 치 연봉과 성과급도 더해야 한다. 금액적인 부분만 따져봤을 때 사람에 따라 억 단위의 기회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결코 무시할 만한 액수가 아니다.
싱글의 지원자가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2년짜리 MBA 프로그램에 합격한 후, 2.5억의 재학 비용과 1억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이 지원자는 3년 동안 공백기 없이 꾸준히 통장에 월급을 찍으며 한 차례 이상 승진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3.5억 원이라는 돈으로 차라리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해서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걸 다 버리고 힘들게 MBA를 준비해야 하나? 괜히 MBA 다녀와서 직장 잡고 학비 갚느라 생고생만 하는 거 아닐까?
해외 MBA에 투입되는 어마 무시한 비용을 보자면 관연 ROI(Return on Investment)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든다. 하지만, ROI 계산 시에는 단순히 비용뿐만 아니라 기대 수익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MBA에서의 투자 수익은 MBA를 획득하지 않았을 때와 획득 후 커리어 체인지에 성공했을 때의 연봉을 가지고 향후 10년 간 예상되는 수입을 비교해 봐야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발표한 2019 Top 100 MBA의 졸업 연봉 평균은 약 $140,000 수준이며, 입학 전 대비 평균 인상률은 110%에 달한다. 한국 10년 차 미만 직원 중에 이 정도 수준의 임금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최소 15~20년을 월급쟁이로 살다가 천운으로 임원을 달아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점에서 MBA는 한국인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MBA를 통해 나의 몸값 X배수 올리기에만 성공한다면 몇 년 안에 손익 분기점을 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을 놓고 봤을 때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더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핑크빛 미래만을 보자면 무조건 MBA를 가야 할 것만 같지만, '평균값'을 볼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MBA 졸업생 모두가 평균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학교의 최저 연봉도 같이 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졸업생 연봉의 전체 범위를 공개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앞 서 무수히 말했듯이 학교에서는 기회만 제공할 뿐,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졸업 직후 몇 달이 지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고, 그게 꼭 내가 아니 되리라는 법이 없다. ROI가 나오고 안 나오고는 순전히 나의 역량과 능력이며, 이와 동시에 운이 따라 줘야 한다.
한국인의 현지 취업률은 매우 유동적이며 나의 노력과는 전혀 상관없을 때가 많다. 나의 리쿠르팅 시즌에 때마침 현지 경기가 좋아야 하고, 외국인 취업 규제가 완화되어 있고, 목표하고 있는 기업에서 외국인 채용을 장려해야 하며, 실력 있는 현지인을 다 채용하고도 남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크게 한 것도 없이 쉽게 현지 취업이 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죽어라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반드시 ROI가 나와야 하는 분들에게 MBA는 결코 권하지 않고 싶은 투자 방법이다.
나는 운이 잘 따른 케이스다. 나의 Post-MBA 연봉은 입학 전 대비 몇 배수가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로 배울 게 있으면서도 나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만한 업계이기에 Career Fit 측면에서도 잘 맞았고, 해당 인더스트리 내에서 당해 최고의 연봉을 제시한 기업이기에 단 하루 만에 오퍼 레터에 사인을 했다. 전체 한국인 입학생들 중에서도 최저 연봉을 찍었으리라 싶을 정도로 나의 Pre-MBA 연봉이 낮았던 것도 이번 연봉 상승률에 크게 한 몫했다.
혹시라도 해외 MBA를 인생역전의 기회라 속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에게 있어 MBA는 숨 막히고 끔찍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앞 서 말했듯 MBA에서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쉽게 풀리는 사람이 있고 늦게까지 잘 안 풀리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 후자에 속했다. MBA 졸업식을 목전에 두고 첫 오퍼를 받는 순간까지 2년 내내 소화 장애, 탈모, 우울증,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누군가 나에게 MBA를 전액 지원해 줄 테니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리쿠르팅을 하지 않으련? 한다면 나는 0.1초 만에 그 자리에서 뛰쳐나올 자신이 있다.
지난 2년간 내가 미국에서 전전긍긍하며 가슴앓이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항상 마음속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고, 그 시나리오는 정말이지 눈물 쪽 뺄 정도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나리오는 일단 현지 취업에 실패한 후 한국으로 리턴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My Worst-case senario>
1. 통장에 잔고 없음 (6.5년간의 저축 다 날림)
2. 약 1.5억 원 상당의 부채가 있음 (연 이자율 10%)
3. 전 직장에서의 2년 치 연봉 및 성과급 날림 (기회비용)
4. 한국으로 돌아가 Pre-MBA와 직종으로 입사함
5. 운이 좋으면 대학원 2년 경력만 인정 받음
6. 결국 최저 Post-MBA 연봉 찍음
(이럴거면 그냥 이직하지, 왜 MBA 했니)
7. 나이만 2살 더 늘었음 (게다가 한국 가면 “만 나이” 적용 안됨)
8. 결혼은 언제 하나... (우리 엄마 한숨소리가 태평양 건너 여기까지 들려옴)
이래서 한국 리턴행을 택한다 해도 안정적으로 돌아갈 직장이 있거나, 새로 좋은 직장 잡기가 어렵지 않거나, 이미 배우자가 있는 분들이 주로 MBA행을 선택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MBA를 꿈꾸는 모두가 이런 이상적인 케이스일 수는 없다.
MBA가 투자이냐 도박이냐는 한 끗 차이이다.
MBA 막판에 날라 온 오퍼 레터 한 장이 내 2년 간의 '무리수 도박'을 '현명한 투자'로 바꾸어 주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경마장에서 집 보증금까지 탈탈 털린 빚쟁이가 된 것 마냥 하늘이 노래졌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만 믿고서 도박장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게 아니면, 정말 ROI 뽑을 생각 없이 순수 나를 위한 투자로서 해외 견문을 넓히는 데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Part 2. 해외 MBA, 나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