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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Feb 24. 2023

반복

여덟 살 아이의 겨울(2022.12-2023.02)







아이가 못하는 건 자명하게도 사회적인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갑자기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른다), 자기중심적이며(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 고집이 대단하다(절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 사회성이라는 게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친구와 잘 지내지 못하는 게 두드러진다. 내 아이는 정말 놀 줄을 모른다. 놀이터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놀이는 괜찮은데 문제는 실내 놀이다. 밖에서는 잘 놀다가도 집에만 오면 꼭 일이 생긴다. 태권도를 마친 뒤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친구에게 날이 추우니 집으로 오라고 했다. 이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우리 집에서 놀고 갔다. 자주 만나 어울리는 친구이긴 하지만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핀트가 자주 어긋났다.


“이거 하지 마. 망가져. 내가 먼저 할 거야.”


친구가 블록을 만지면 내 아이가 친구 손에 든 블록을 낚아채는 식이다. 친구가 같이 딱지 접자고 색종이를 가지고 오면 아이는 "나 딱지 안 접을 거야."라고 말하며 다른 곳으로 간다. 그렇다고 내 아이가 딱히 하고 싶은 놀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그냥 자기가 관심 있는 것을 가지고 놀다가 다시 내팽개치고 다른 것을 찾아 나선다.


어떻게 이런 것도 안될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클레이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친구에게 “이렇게 만드는 거야.”라고 시범을 보여주면 될 것 같은데, 내 아이는 “만지지 마.”라는 말부터 먼저 나간다.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따로 하면 나을 것 같다. 적어도 친구가 노는 걸 방해하지는 않을 테니.


하긴, 아이는 혼자 있을 때도 장난감 같은 걸 갖고 놀지 않는다. 대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요즘은 패드로 영어 공부를 한다. 둘이 잘 놀지 못하니 결국 내가 놀이를 이끌고 일부러 술래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후 몇 분은 간식 타임으로 숨을 돌리지만 그것도 잠시다. 같이 먹으라고 간식을 주면 아이는 두 손 가득 간식을 모두 가져간 채 친구에게 딱 한 두 개 건넨다. 친구는 얼굴을 찌푸린다.


언제까지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올지 잘 모르겠다. 30분이란 짧은 시간, 나는 오히려 친구와 말동무하며 아이들 곁을 맴돈다. 내가 함께 있어야 두 사람 간 평화가 찾아온다. 친구를 보낸 뒤 아이에게 말했다.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건 그 친구와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잖아. 친구 말을 좀 들어줘.”


너무 막연하게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오늘 아이가 하던 일들을 그대로 흉내 내며 아이에게 가르쳐 주었다. 아이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런데도 실전에서는 잘 안된다. 나는 아이에게 여러 번 잔소리를 반복하려다 대신 이 글을 쓴다.




한 두 번 말했으면 됐다.
서너 번 강조해 말할 필요는 없다.
그건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있을 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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