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초4 아이의 봄(2025.03-2025.05)

by 하이리




숲체험 3년 차, 잊을 만할 때마다 숲체험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어제 세 번째 전화를 받았다.


사교육 중 가장 오래 하고 싶었던 건 숲체험이었다. 매주 한 차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두 명의 선생님과 함께 산에 올랐다. 자연 속에서 여러 놀이도 하고 자연 그대로를 즐기기도 하고. 아이가 자연을 닮았으면 싶었다. 너른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고 나면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질 것 같았다.


학교든, 학원에서든 전화가 온다는 것은 대부분 좋지 않은 일. 아이가 단순히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일만으로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 그 상황은 아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지언정 다른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 아마도 아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겠지. 역시나, 그랬다. "아이가 어떤 동생과 자주 부딪히네요? 아이의 이름이 불리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아이는 아무 말도 안 하나요? 어머니가 대화를 좀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1년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아이가 한 형과 자꾸 부딪혀요. 형을 향해 험한 말도 하는데 그 형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또 다른 한 번은 동갑내기. "아이가 친구를 놀려서 친구가 기분이 상했다고 해요."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전화가 오는 이유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이가 누군가에게 과한 말 혹은 행동을 했고, 그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했고, 그 누군가의 엄마가 이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엄마는 이 상황을 선생님께 알렸고... 중간 과정에서 엄마가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선생님이 문제가 일어났던 상황을 직접 목격했고 이에 대해 부모님께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경우.


선생님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게 우려스럽다는 말을 남겼다. 나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전에는 아이가 감정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사회성도 부족하다고, 그래서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혹시 아이가 계속 피해를 준다면 숲체험을 중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아이가 직접 갈등을 해결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에겐 왠지 불편한 질문들을 던졌다. 아빠는 어떤 사람인지, 집에 특별한 일은 없는지. 아이를 걱정하는 선생님의 선한 의도였겠지만, 나는 이 같은 마음도 삐뚤게 받아들이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못난 엄마로서, 내가 취할 수 있는 낮은 자세로,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만 거듭했다.


이번에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알겠습니다. 아이와 얘기해 볼게요."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울컥한 마음을 참을 길이 없어 선생님께 하고 싶었던 말을 차마 입밖에 내뱉지 못한 채 꾹꾹 눌러쓴다.


"선생님,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있을 때 갈등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을 아이가 견디지 못해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조금만 해도 참지 못해요. 그럴 때마다 막 화가 나나 봐요. 모든 걸 네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가르치지만 잘 안 돼요. 막상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더라고요. 아이를 이해해 달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에요. 이런 불편한 상황을 막고 싶지만 막기 힘들어서, 그 답답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계속 노력은 해볼게요. 그러다 너무 힘들면 이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찾으려고요. 그래서 선생님, 저는 숲체험 그만두고 싶어요.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싶어요. 더 이상 이런 상황이 견디기 힘들어요. 그냥 조용히, 아이와 둘이서만 있고 싶어요."



이게 마지막이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달아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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