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신성권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나오는 유튜브를 보았다.
“우리 아이, 영재인가요?”에 대한 영상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답이 기억에 남았다. 영재는 높은 지능뿐만 아니라 자기 조절력과 정서적인 부분, 사회성이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간단히 말해 지능이 높더라도 사회성과 정서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짜 영재'가 될 수 없다. 나는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사회성도 부족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그러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알코올 중독자에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작품을 썼지만, 정신병원에서 생애 마지막 10년을 보냈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자기애가 강하고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종종 괴상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역시 원만한 인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교는 무난한 성격적 기질과 평균적인 지적능력을 갖춘 대다수의 학생들을 기준으로 장차, 어른의 삶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몇몇 지식과 기술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곳에 가깝다. 학교는 한 개인에게 천재가 되라고 하지 않는다. 사회에 무난하게 편입될 수 있는 모범 시민이 되라고 한다. p98
서울대학교 입학생의 평균 아이큐는 110 정도라는 조사 결과를 들은 적 있다. 요즘에는 부모님 말씀 잘 따르는 유순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한다.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우리 사회는 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범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하므로,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체제와 권위에 순응하는 아이들에게 우호적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언급한 ‘진짜 영재’도 비슷하다. 평균을 약간 웃도는 아이큐를 가진 이들이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재능을 발휘할 때, 서울대에도 가고 영재라는 말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천재는 광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상’과도 거리가 멀다. 작가는 ‘정상’이란 시대가 정해 놓은 상식과 규범의 울타리를 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만약 천재가 ‘정상’이란 범주에 들기 위해 자신의 개성과 독창성을 검열했다면, 아무리 천재라도 경이로운 업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천재는 모든 부분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정 영역에서 우수한 것과 달리 그 외 영역에서는 일반 사람에 못 미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책은 아니지만, 천재와 광인을 동시에 들여다보았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모든 영재가 천재로 자라는 것도 아니고, 살면서 한번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귀한 것이 천재지만, 천재든 영재든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싶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광인도 천재의 특징에서 비롯될 수 있다. 작가는 천재의 비범성과 일반인의 정신 병리적 증상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때로는 서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유사성이 많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때 등장하는 게 2e 영재, 영재이면서 특정 정신 질환을 겪는, 두 배로 예외적인 존재다.
2e의 예를 들자면 천재성이 자폐증, 난독증, 아스퍼거 증후군, ADHD 등과 공존하고 있는 경우다. 특히, 영재 중 약 10%가 ADHD에 해당한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본다면, 영재인 동시에 ADHD 성향이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한 것으로서 애초부터 두 유형을 딱 잘라 구분한다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p253
물론 지능이 우수하고 자기 조절력도 뛰어나고 사회성이 발달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의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폐 스펙트럼, ADHD, 여러 학습장애가 가진 특징을 치료가 필요한 증상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에서, 이 특징이 지닌 잠재적 가능성을 말하고 싶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서, 이 모든 것을 능가할 독창성에 대해 소리 높여 말하고 싶었다. 인간은 그 존재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내가, 그들이 주장하는 ‘효용성’을 내세워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이런 시각도 존재한다고
그러니 우리를 하찮게 여기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