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여름(2025.06-2025.08)
만 6세때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폐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Ados 검사에서 기준점보다 1점 높은 경미한 자폐다. 지능은 평균보다 높고 현재로선 학습에 문제가 없다. 다만 감정 조절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나는 가끔 자폐 경계에 있는 아이라 말하는데, 사회성 인지 선생님에 따르면 그게 아이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고 한다.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은, 자폐 경계에 있는 아이에 대한 내 생각이다.
자폐 경계에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대략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아이가 경계에 속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예민한 아이로 여기거나, 다른 하나는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충격에 빠지거나, 마지막은 자폐 진단에 따른 특교자 선정이나 장애등록과 같은 현실적인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거나. 사실상 나는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 있다.
아이는 자폐 진단을 받았지만 나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상태에 가깝다. 진단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철저하게 믿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일까? 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정작 내가 말하고 싶은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감춘다. 가끔은 외롭다. 이렇게나마 글을 쓰는 건, 아마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ADHD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산만하고 전환이 느린 아이를 보면서 ADHD를 의심하고 있다. ADHD 검사는 내년에 받을 예정이고, 이전에 받은 풀배터리 검사에서 산만함은 보고되지 않았다. 자폐의 경우, ADHD와 비슷한 산만한 특징을 보이기도 하는데 자폐의 산만함과 ADHD 산만함은 원인부터 다르다고 한다. 자폐의 산만함은 감각적 예민함과 불안도와 관련이 깊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둘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자폐 스펙트럼이 ADHD를 공존질환으로 갖는 케이스가 40%에서 70%라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 이럴 경우 무엇을 우선 순위로 해야 할까 의문이다.
현재 약물치료는 하고 있지 않다. 약물치료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으면서도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유를 들자면 일상 생활에서 지낼 만하고(딱 이 표현이 적당하다) 학교에서도 감정 조절에 대한 부분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이건 담임 선생님 피드백이다). 아이는 기특하게도 자신의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 왔다. 그래서 내가 진단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갖는지도 모른다. 자폐는 노력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닌데 아이는 지금 나아지고 있으니까.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인 사회적 의사 소통 부분에서 보면 아이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아이는 하교길에 함께하는 오랜 친구가 한 명 있고, 최근에는 쉬는 시간마다 어울리는 친구 한 명이 더 생겼다. 기쁘면서도 내심 두렵다. 누군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달라질 거라고 한다. 나 또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시간을 누리고 싶다.
경계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위안이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라는데,
나는 이 불확실성이 나쁘지 않다.
내게는 불확실성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