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봄(2025.03-2025.05)
네가 계속 이런 식으로 화를 내면 약을 먹을 수밖에 없어.
화를 내지 않고도 말하는 법을 엄마가 가르쳐 주고 있잖아.
이제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어.
결국 폭발했다. 등교 시간, 아이가 늑장을 부렸다. 책을 읽으며 아침을 먹은 게 그 시작이었다.
"이러다 지각하겠다. 책 읽지 말고 밥 먹어." 여기까지는 기억나는데 그다음은 잘 모르겠다. 아이가 짜증을 냈고 나는 무시하려 했으나 아이가 빈정댔고 곧바로 내가 폭발했다. 내가 하는 말에 아이가 신경질을 내는 건 늘 있던 일인데, 문제는 내가 더 이상 그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아이에게 지시를 할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숙제해야지."라고 대여섯 번은 말해야 책상에 앉고, 일 이분쯤 숙제를 하다가 또다시 옆에 놓인 책을 펼친다. "집중해야 금방 끝나지." 이 말에도 못 들은 척 태연히 책을 읽는 아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라도 하면 아이가 되레 화를 낸다. 나는 결국 잔인한 말들을 퍼붓는다.
"네 문제가 뭔지 알아? 네가 잘못했는데도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거야. 먼저 화를 냈으면 엄마에게 미안해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그런데 너는 엄마 탓이라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잖아."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 생각 의자에 가는 것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생각 의자에 가."
"내가 왜 생각 의자에 가야 하는데?"
"계속 이러면 엄마가 화가 날 것 같으니까 일단 방으로 가서 진정되면 나와."
"왜? 내가 왜 그러야 하는데? 나도 선택권이 있어."
"아무 말하지 말고 방으로 가라고"
"도대체 내가 왜 그러야 하는데?"
"아무 말하지 말라니까! 네가 이렇게 하면 일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까? 엄마 목소리가 얼마나 커지는지 볼래? 네가 소리치는 것처럼 엄마도 소리 지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아이는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방에 들어가서 진정하라고 하면 잠자코 방에 들어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일이 금방 끝난다고. 네가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문제가 더 커지는 거야. 꼭 엄마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
아이를 향해 내뱉는 잔인한 말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 2년 전이었나, 여행 중 사사건건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 계속 이렇게 할 거니? 여기 사람 많은 데서 망신 좀 당해 볼래?"
전후 사정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네가 계속 그렇게 하면 너는 영영 외톨이가 될 거야. 너 같은 사람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여섯 살 즈음이었나, 죽고 싶다는 아이를 향해 이런 말도 내뱉었다.
"그래! 죽어버려."
말의 강도는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는다. 사춘기 전 아이도 이러는데, 사춘기 무렵의 아이는 어떨까. 나는 또 얼마나 잔인한 말을 쏟아낼까.
우스개 소리로 지랄 총량의 법칙. 인생을 통틀어 지랄하는 양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인데, 나는 요즘 이 지랄 총량의 법칙을 읊조린다. 사춘기 무렵의 아이가 지금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기를, 더도 덜도 말고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를... 나에겐 소박하다고 할 수 없는 바람, 그 바람을 담아 오늘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정말 힘들거든. 그래서 어쩌면 너의 사춘기는 평화로울지도 몰라."
이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까?
그전에 정신 수양이나 단단히 해 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