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여름(2025.06-2025.08)
운동 신경 없고 감정 조절 어려운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놀이터는 전쟁터다.
놀이터에서 또래와 노는 게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더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이제는 이 같은 시도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안다.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것 같다. 놀이터 최약체인 아이는 술래를 도맡아 한다. 가위바위보로 운 좋게 술래가 되지 않더라도 친구들은 아이만 쫓고, 얼마 안 가 아이가 다시 술래가 된다. 아이가 누군가를 잡으려고 뛰면 그 누군가가 도망치며 말한다. “너는 나를 절대 못 잡을 걸?”
술래가 눈을 감은 채 친구를 잡아야 하는 지탈이란 게임. 아이가 잡히지 않으려고 숨 죽인 채 있는데, 친구 한 명이 술래에게 아이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말에도 그 친구는 계속해서 술래에게 힌트를 준다. 결국 아이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다 울음을 쏟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에게 자비를 기대하긴 힘들다.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는 여럿 눈초리에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아이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너를 놀리는 친구 하고는 놀지 마… 이 말 밖에는. 물론 이 말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이가 자랄수록 사회적 난도가 증가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늘과 같은 상황일 때 나는 아이에게 해줄 말이 없다. 자기만 잡혀서 속상한 아이에게 “너는 달리기를 못하지만 그래도 피아노를 잘 치잖아.”라고 말해주었다. 소리를 지른 것에 대해 "네가 화나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보인 행동에 대해서는 "우는 건 나쁜 게 아니야. 그런데 친구들이 우는 너를 놀리니까 친구들 없는 곳에서 우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했다. 여러 말을 했지만 그 어떤 말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성 부족'을 몇 마디 말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상황에서, 아이가 그 누구보다 유연하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라고 차마 하지 못했다. 아이에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자신의 위치를 술래에게 가르쳐준 친구를 향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또래 아이들의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싶지만, 이 또한 불가능함을 알고 있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아예 놀이터에 친구들과 놀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결국 회피다. 감정적으로 호소하되 흥분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자기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또 이 기대를 멈춘다. 그건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