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자폐인이 보는 세계

written by 이와세 도시오

by 하이리



ADHD와 자폐를 함께 다뤘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ASD가 경미하다는 전제하에 ASD와 ADHD를 구분하는 특징이 모호하다고 느꼈다. 어렸을 때는 ADHD였다가 커서는 ASD로 진단받는 사례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고, 아니면 둘 다 공존하는 사례도 종종 봐서 그런 지 모른다. 결정적으로 이 책은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지만, ADHD든 ASD든 이들이 살면서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을 소개하고 대응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명칭처럼 ‘부주의’, ‘과잉행동∙충동성’이 특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략)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상처받기 쉽다’는 점도 ADHD의 큰 특성으로 꼽고자 합니다. ADHD인은 성인이 되어서도 실수를 반복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자기 긍정감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 실패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거절당하는 일에 민감해져 있어서, 요즘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고 불리며 알려지게 된 HSP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ASD의 특성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장애’, ‘동일성 유지’, ‘감각 과민’ 세 가지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략) 앞서 기술한 ADHD과 마찬가지로 ASD인 중에서 ‘상처받기 쉬운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p23
ASD와 ADHD가 반드시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ASD와 ADHD의 특성을 모두 가진 사람도 적지 않고, 어느 한 특성은 강하게, 어느 한 특성은 약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성의 발현 형태도 사람마다 제각각이어서, ASD인이라도 사교적이기도 하고, ADHD인이라도 과잉행동∙충동성 성향이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p25


이 책은 ADHD와 ASD의 문제를 의사소통과 행동의 어려움으로 구분한 뒤, 이에 대한 세부 상황과 대응책을 일러스트를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악의는 없지만 사람을 화나게 하는 말을 하고, 사소한 일에도 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안절부절못하고 잦은 실수를 하거나 등. 아동보다는 성인 ASD나 ADHD에게 적합한 내용이 많은데, 특히 직장 생활에서 발생하기 쉬운 여러 상황을 다룬다.


ASD나 ADHD 당사자가 아닌,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주변인을 위한 내용도 눈에 띈다. ASD와 ADHD에 대한 특성을 주변 사람들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즉 당사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ASD인의 가족이 주로 겪는다는 카산드라 증후군이 책에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산드라 증후군은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생겨날 정도면 발달장애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러는 데에도 반드시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본인들 역시 고통받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보는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p26


ASD와 ADHD 관련 서적은 영미권을 제외하고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출판되는 듯하다. 일본에서 발달장애로 진단받는 아동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2019년 일본 문부과학성의 발표를 보면, 통급지도교실(비교적 장애 정도가 가벼운 아이가 각각의 장애에 맞는 개별 지도를 받는)에서 학습하는 아동 중 ADHD 아동이 12년 동안 약 15배, ASD 아동이 약 6.5배 증가했다고 한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인식도 우리나라와 비교해 10년 정도 빠른데, 개인보다는 집단의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에서 신경다양성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발달장애란 일종의 ‘뇌의 특성’입니다. 그리고 비발달장애인이라도 발달장애의 특성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중략) 발달장애인가. 그레이존인가. 비발달장애인가. 이런 진단에 얽매이지 말고 누구나 가진 뇌의 특성과 성향에서 오는 불편을 해소하는 도구로서 이 책을 활용해 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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