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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

written by 김혜민

by 하이리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글을 찾아 읽었다.


처음에는 아이의 미래가 궁금했고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 지금, 이 정도 읽었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눈시울이 종종 붉어졌다. 작가의 문장이 내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의 다름을 깨닫고 이를 인정하는 과정부터, 그 이후 사회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발달장애인들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까지 장애라는 것이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작가도 그랬을 것이다. 발달장애 부모연대 집회 현장, ‘정확히 촬영’ 해야 하는 채증을 맡은 작가의 뷰 파인더에 들어온 ‘누군가’가 자기 자신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내가 전장연 시위에 관심을 갖게 된 연유도 비슷하다. ‘출근하는 애꿎은 시민들만 힘들게 해!’라는 불만 섞인 친구의 말에 아무 말 못 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속으로나마 이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고맙다고, 그리고 아무런 힘도 보태지 못해 미안하다고.


5년 전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집회 현장의 선두에 서서 수많은 장애 부모를 보았다. (중략)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만나는 이들 또한 다르지 않다. 그때도 지금도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저 사회 안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뿐이다. 아이가 내게 오고, 맞이한 순간들이 모이고서야 깨달았다. 경찰로서, 미소가 이쁜 시후의 엄마로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나는 현장만큼, 아니 어쩌면 현장보다 이면에 마음에 가는 이상한 경찰관이다. Prologue 중에서


경찰관인 작가는 현장에서 발달장애 아동 혹은 그 부모를 마주한다. 살포시 미소 짓게 하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반대다. 발달장애 아동이 실종되는 건 예삿일이고, 부모가 발달장애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납치로 오인한 신고도 있었다. 친밀감으로 신체 접촉을 하는 발달장애인이 강제 추행으로 신고당하는 일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중에는 내 일이 될지도 모를 이야기도 있었다. 옥상 난간에 매달려 뛰어내리겠다고 말하는 중년 여성의 자살 소동 현장.


그녀의 아들 정우는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정우는 불행 중 다행으로 인지 및 발달상 정상 범주에 속하였지만, 타인과 주고받는 사회적 의사소통에 결함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욕심이 났다. 자신이 조금만 이끌어 주면 보통의 아이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 결국 그녀의 시선은 아들 정우가 아닌, 정상화라는 궤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p207


성인이 된 정우는 그녀의 바람처럼 자라지 않았다.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고, 이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엄마에게 쏟기 시작했다고 한다. 장애 등록이 안되면 사회적으로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그녀에게 작가는 아무 말하지 못한다. “경찰관 님, 우리 바뀔 수 있을까요?”라는 그녀의 질문은 공허하다. 사회는 그녀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불편함을 설명할 수 없는 그들에게,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불편한 날카로움을 둥근 편안함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경찰인 나는 무엇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를 고뇌하게 됐다. 이곳에서, 내가 하고 싶고, 해야만 할 일이 생길 것 같다. p204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여기 경찰관 엄마가 있으면, 어딘가에는 선생님 엄마가, 기자 엄마가, 변호사 엄마가, 사회 운동가 엄마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다르지만 각각의 자리에서, 발달장애 아이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할지라도, 그 모든 마음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나와 같은 평범한 엄마라도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그 일을 찾아가고 있다.


장애는 아이의 선택도, 부모의 선택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와 같은 가족들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그 길에 담담히 동행한다. 이윽고 나와 같은 부모를 우연히 만나는 날, 그 담담함은 애끓는 쓰라림으로 전환된다. 그 순간 먹먹한 가슴을 안고 그저 먼발치에서 당신의 삶을 응원할 뿐이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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