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문제야

초4 아이의 가을(2025.09-2025.11)

by 하이리





아이를 가르치면 친자 확인이 된다고 한다.


나는 수학 채점을 하며 친자 확인을 한다.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채점만 해도 그렇다. 내가 틀린 것도 아닌데 적잖이 실망스럽다.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거나 연산을 잘못했거나 한눈에 봐도 실수인 듯한 답을 보면 화가 난다. 그러면서도 식은 왜 쓰지 않은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니 당연히 틀리지. 조금만 더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에 별표가 쳐 있는 것을 봐도 짜증이 난다. 틀린 문제를 소리 내어 읽어주는 도중 "아! 이렇구나"하면서 그때서야 문제를 푸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이는 그만큼 제대로 문제를 읽지 않는다. 아마도 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몇 달 전부터 최상위 수학을 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한 번쯤 해본다는 바로 문제집이다. 복습 차원에서 4학년 1학기를 구입했다. 채점을 할 때마다 비가 내렸다. 이건 뭐, 열 개 중 반을 맞을까 말까. 최상위 수학 중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하이레벨 테스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하이레벨 전 단계인 레벨업 테스트가 그렇다. 소나기가 주룩주룩 내렸다. 이런 걸로 속상해하는 나도 참 이상하지만... 그런데 진짜로 속에서 열불이 났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날까? 생각해 봤더니 바로 '조바심' 때문이었다. 5학년부터는 수학학원에 보내야 할 것 같아 지역 맘카페를 들락날락했다. 황소가 가장 먼저 등장했고 그다음으로 전국 체인으로 운영되는 학원 두어 개, 이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학원과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교습소 정보가 줄지어 나왔다. 5학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집에서 풀 수학문제집을 찾아봤다. 대략 정리하면 디딤돌 기본+응용을 풀고 그다음 최상위s나 최상위 수학을 풀어야 한단다. 이것도 다 하면 점프왕수학이라고.


그렇게 최상위 수학을 구입했다. 잠깐 최상위s를 두고 고민을 했다. 아이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좀 더 어려운 최상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내 욕심이 없지는 않았다. 선행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과욕을 부린 것이다. 틀린 문제를 고칠 때마다 아이와 실랑이를 했다. 이러다 아이가 수학의 '수'자도 보기 싫어하면 어쩌나 싶었다. 사실 나 또한 이 과정에 넌더리가 났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하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결국 나의 조바심이 문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옳지 않다. 그래서 생각을 좀 바꿔봤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은 문제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정답을 맞히든 그렇지 않든 노력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잔뜩 비가 내려도 견딜만하다. 지금 당장 풀리지 않더라도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니까. 다분히 이상적인 생각이라 현실적인 조치도 곁들였다. 매일 하는 숙제 분량을 두 장에서 한 장으로 줄였다. 그리고 채점은 아이가 없을 때 한다. 짜증이 날지언정 그 기분을 가라앉힐 시간이 나에게도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나마 맞춰간다.
학습에 대한 조바심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삶에 대한 태도를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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