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가을(2025.09-2025.11)
ABA 책을 읽고 있다. 응용행동분석. 자폐 아동에게 추천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아이는 ABA를 받은 적은 없다. 아이가 서너 살 무렵, 그때만 해도 ABA 보다는 언어치료나 놀이치료가 더 흔했다. ABA가 대강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최근 책을 읽으며 ABA가 행동에 기반을 둔 굉장히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ABA와 별개로, 며칠 전 담임 선생님에게 톡을 받았다. 당연히 좋은 일은 아니었다. 아이가 짝과 싸워서 따로 앉혔는데, 사실 아이와 짝이 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없다고, 친구들이 아이를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톡을 받은 바로 그날 아침, 아이와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다퉜다. 서둘러 학교 갈 준비를 하라고 몇 번을 말하다 아이가 짜증을 냈고 나도 화를 냈다. 아침의 감정이 학교까지 옮아간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이십여 분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으니까.
아이와 내가 이런 식으로 부딪히는 일은 비단 아침뿐만 아니었다. 일상 곳곳에서 번번하게 일어났다.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아이가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이가 먼저 화를 낸다는 데 있었다. 엄마 말을 듣지 않아서 미안해하거나 이제 곧 하겠다고 알려주거나 잘 알겠으니 같은 말 좀 그만하라고 부탁하지 않고, 예의 그 가시 돋친 목소리로 "제발 좀 그만해!"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엄마, 알았어." 정도만 말해도 그냥 지나갈 텐데, 항상 잔뜩 날 세운 목소리로 나를 힘들게 했다. 결국 나도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왜 자꾸 화를 내니. 네가 그렇게 나쁘게 말하니까 엄마도 화가 나잖아!!!" 그 끝은... 누가 더 상처 주는 말을 하나, 따발총을 퍼붓는 전쟁이었다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ABA의 기본에 해당하는 ABC 분석을 해봤다. A는 선행사건, B는 행동, C는 행동을 의미한다. 등교 시간에 빨리 준비하라고 재촉을 했더니(A),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그만하라고 했고(B), 그로 인해 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받았다(C). ABA에서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관없이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관심을 강화라고 본다. 가끔씩 아이가 엄마가 화가 나는 꼴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ABA 행동 중재에 따르면, 소리를 지르며 그만하라고 하는 행동(B)을 고치기 위해서는 관심(C)을 거두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일관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런 때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으로 '숨 쉬어'를 선택했다. 무시도 답이 될 수 있으나, 일단은 화를 멈추는 게 필요한 만큼 숨쉬기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도 힘들다면 아무 반응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기다리기가 가장 힘들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말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아이를 향해 내는 화가 오히려 아이의 행동을 강화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은 회피라 해도, 일단 이 방법부터 해보자.
이제야 ABA를 시작하려 한다.
그것도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아직 늦지 않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