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가을(2025.09-2025.11)
사회성 부족한 아이가 사회성 부족한 아이를 만나면?
대개의 경우 싸움이 난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와 자폐 스펙트럼 아이가 만나면? 이 둘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관심사가 비슷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무관심으로 일관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성 부족한 아이가 잘 어울릴 수 있는 아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다. 친구들 말 잘 듣고 자기 말도 잘하는, 친구들 간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점을 찾는 아이다. 그러나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는 인기가 많을 가능성이 높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가 다가가는 데 장벽이 많다. 유일하게 잘 지낼 수 있는 아이가 사회성 좋은 아이인데, 이 아이는 이미 여러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아이와 친구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아이의 이야기를 하자면, 아이에게 친구 한 명이 있다. 그런데 서로 만나기만 하면 큰 소리가 난다. 심지어 인사를 하는 순간부터 아슬아슬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친구가 아이에게 다가와 장난을 친다. 장난이 불편한 아이는 그 장난의 몇 배로 친구에게 갚아 준다. 친구는 다시 아이에게 더 큰 장난으로 보답한다. 둘 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결국 둘 중 하나가 짜증을 내거나, 아니면 둘 다 화가 나서 씩씩 거린다. 문제는 이 둘은 친하다는 점이다. 우연히 마주치면 서로 놀고 싶어 안달이다. 심지어 약속을 잡고 닌텐도 게임도 같이 한다. 헤어질 때는 서로 같이 안 놀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말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그렇게 싸우면서도 그 애랑 노니? 서로 안 만나면 싸울 일도 없잖아."
아이가 대답했다.
"그래도 그 애는 나랑 놀아주잖아."
사실 그 아이도 친구가 없다. 같은 반이 아니라 모르지만, 무슨 이유인지 반에서 놀림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의 반, 맨날 다투면서도 어울리는 또 다른 친구가 있다. 2학기 상담을 하던 중, 담임 선생님이 먼저 걱정 어린 말로 상황을 전했다. "아이가 요즘 소리를 지르는 일이 늘었어요. 한두 친구와 계속 부딪히는데, 그러면서도 또 같이 노는 거 보면 왜 그런가 싶고..." 사회성 그룹 선생님께 이 상황에 대해 물었더니 선생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두 아이가 똑같으니까 그렇게 싸우면서도 붙어 있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내 아이도 사회성이 미숙하고, 그 친구도 사회성이 미숙한 면이 있었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던데, 이렇게 싸우면서 사회성이 늘면 좋으련만 아이는 되레 소리 지르기 실력만 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 전체 아이들이 돌아볼 만큼 소리를 지른다.
지금까지는 조절력을 가르치려 노력했는데, 요즘 나는 아이에게 회피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세 번 숨 쉬고 말하라고 했겠지만 이제는 친구와 불편한 일이 생기면 일단 친구에게서 멀리 떨어지라고 한다. "너랑 안 놀아"와 같은 말은 절대 하면 안 되고, "네가 그러면 나는 불편해" 정도로 말하라고 가르치긴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 할 아이가 아니므로 우선은 다른 장소로 피하라고 말한다. 그다음은? 잘 모르겠다. 어차피 그 친구와 다시 놀겠지만 다툼이 나는 그 순간만이라도 피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친구와 다투는 게 싫은 게 아니다. 살다 보면 다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꾸 아이가 소리를 크게 지르고 심하게 화를 낸다. 다툼 그 자체보다는 다툴 때의 아이의 강한 태도가 걱정이다. 제발 좀, 화를 줄이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회피가 임시방편이라도 어쩔 수가 없다.
피하는 것조차 현재로선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