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왜곡에 대하여

초4 아이의 가을(2025.09-2025.11)

by 하이리




담임 선생님과 상담 후 고민거리가 생겼다.


아이가 친구와 있던 사사로운 다툼을 담임 선생님에게 사사건건 이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선생님이 이해하기 힘든, 굉장히 사소한 일이라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들. 가령 친구가 종이를 던지듯 아이에게 건넸는데, 아이는 친구가 종이로 자신을 배려고 했다고 말했단다. 선생님이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동작과 그렇지 않은 동작을 각각 시연해 가며 차이를 알려줬다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집에서도 종종 일어났다. "그 친구는 인사를 참 잘하더라"라고 내가 말하면 아이가 "나는 인사를 못한다는 거야?"라고 화를 냈다.


어려서부터 아이는 이와 비슷한 행동을 심심치 않게 보여줬다. 수학 한 문제 틀렸는데도 "나는 수학을 못해. 바보인가 봐"라고 울먹였고, 이는 곧 "나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로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친구가 자신을 바라보며 살짝 웃어도 비웃는다고 오해했다. 한마디로 인지왜곡. 실제와 달리 상황을 과잉 해석하거나 왜곡하여 인식한다는 의미다. 자폐 아이의 인지왜곡을 찾아보니 종류에 따라 잘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에 몇 가지 공유해 본다.


1. 사소한 일도 최악의 상황으로 해석하는 파국적 사고

숙제를 못했을 때, "학교에 안 나갈 거야. 다 망했어."


2. 중간이 없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흑백 사고

수학 시험에서 100점을 받지 못했을 때, "나는 수학을 못해."


3. 한두 번의 경험으로 모든 상황을 단정 짓는 과잉 일반화

친구에게 놀자고 했으나 거절당했을 때,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아."


4. 전체 상황 중 부정적인 부분만 선택하여 생각하는 선택적 추상화

선생님이 글씨를 잘 썼지만 조금 크게 쓰라고 말했을 때, "나는 글씨를 못써."


5. 부정적인 일은 과장하고 긍정적인 일은 축소해서 해석하는 의미 확대 및 축소

시험 한 문제 틀렸다고 "나는 바보야", 잘한 일에는 "별 거 아니야."


6. 근거 없이 타인의 생각을 추측하는 독심술 오류

친구가 인사를 하지 않고 말없이 지나갔을 때, "저 친구가 나를 무시해서 그런 거야."


7. 근거 없이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예언자적 오류

시험을 앞두고 "오늘 시험은 분명히 망칠 거야."


8. 느끼는 감정이 곧 사실이라고 믿는 감정적 추론

"오늘 기분이 안 좋으니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야."


9. 자신과 타인에게 절대적 기준을 적용하는 당위적 사고

"사람은 약속을 꼭 지켜야 해. 그렇지 않으며 나빠."


10. 자신이나 타인을 평가하는 낙인찍기

"나는 실패자야. 나는 이상한 애야."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아이의 경우, 파국적 사고와 과잉 일반화, 독심술 오류가 주로 일어나는 것 같다. 전체 상황 중 부정적인 부분만 선택하여 생각하는 선택적 추상화와 부정적인 일은 과장하고 긍정적인 일은 축소해서 해석하는 의미 확대 및 축소도 보인다. 결정적으로 아이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도 지레 짐작하여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짙다.


인지 왜곡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 뒤,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함께 짚어보고, 그 생각과는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다. "네 생각이 틀렸어."라고 아이의 사고를 지적하기보다는 "네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야?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와 같은 식으로 사고의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사고하는 과정을 가르쳐 줘야 한다.


말은 쉽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 아이와 닮아가는 것인지 심심치 않게 인지 왜곡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가 또 짜증을 내겠지?"와 같은 생각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는 변하지 않을 거야."라는 판단들. 이 또한 과잉 일반화와 낙인찍기일 뿐이다.




나부터 아이에 대한 인지 왜곡에서 벗어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