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가을(2025.09-2025.11)
2학기,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지난 상담 때는 아이가 180도 변했다고, 소리 지르는 행동도 사라졌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지난 6월, 불과 3개월 전 일이었다. 이번 상담에는 아이가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 친구들과 다투는 과정에서 그런다고 했다. 9월 초부터 줄곧 그래왔다고.
생각해 보니 두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하나는 8월 15일부터 시작한 잠자리 분리(공교롭게도 광복절이다) 그리고, 최근 아이와 나의 잦은 갈등. 근래 들어 아이를 혼내는 일이 늘었다. 2주 전인가? 지인에게 지난 학년 때 아이가 누구누구와 엄청나게 싸웠고, 선생님이 어찌어찌 조율을 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선생님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는 두 아이를 불러내 교실 앞에서 그대로 해보라고 했단다. 지인의 아이는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선생님의 방식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런 일을 나에게 알리지 않은 아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1년 전 일이었지만 넘어가기 힘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대화였지만 그 끝은 사나웠다. 나는 결국 화를 냈고 아이는 울었다. 지금 와 보니 내가 화를 낸 것은 아이가 누구와 싸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늦게 알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선생님의 대처에 화가 난 것도 있었지만 내가 화가 났던 진짜 이유는, 그 사이 아이에 대한 나쁜 소문이 퍼졌을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었다. 아이를 두고 쑥덕거렸을 주변 엄마들이 생각나서였다. 솔직히 나를 지키고픈, 내 안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후 며칠간 아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 일을 알게 된 남편도 기분이 바닥이었다. 우리는 주말에도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아이와 나의 관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깨달았다. 혼자 자는 게 무서운 아이가 혼자 자는 상황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이 외에는 정말 짚이는 바가 없었다. 고민 끝에 잠자리 분리는 느슨하게 이어가기로 했다. 지금처럼 주말은 함께 자고 주중은 따로 자지만, 무서우면 언제든 엄마에게 오라고 말했다.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아이가 언제든 엄마와 같이 잘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혼자서 잠들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잠자리 분리는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잠자리 분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선이었다.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집안 분위기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남편과는 아이가 화냈을 때 소리를 지르는 것 외에는 지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매번 하던 다짐었지만 '이번에야말로 기필코'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다시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불편하거나 화나는 일이 생기면 소리를 지르지 말고 말로 하라고. 말을 하기 전에는 숨을 세 번만 쉬라고. 그래도 소리 지를 것 같을 때에는 차라리 그 자리를 피하라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