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아이들 - 첫 번째

written by 애비게일 슈라이어

by 하이리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은
부정적 감정을 유도합니다.
그런 질문을 던져서는 안됩니다.




심리 치료와 공감 육아에 대한 굉장히 도발적인 책.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 충격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작가는 심리 치료의 효과에 대해 책의 반 이상을 할애하며 성토한다. 심리 치료는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없다(작가가 말하는 심리 치료에 인지 치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심리 치료사는 성인으로서 아동, 청소년에게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치료사가 반드시 옳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의원병이다. 의료 행위자가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현상이다.


작가가 심리 치료를 부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심리 치료는 늘었으나 우울증은 감소하지 않았다. 둘째, 감정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조종하기가 매우 쉽고 감정에 집중하는 심리 치료는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킨다. 셋째,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놔두거나 무시하는 태도가 차라리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정확한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을 의심해야 하고 때때로 감정을 완전히 무시해야 한다. 그렇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은 날마다 어느 정도는 '감정을 억누르며' 생활한다. 속상한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집중할 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의 감정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어떻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런 아이가 자라서 직장 생활을 잘하겠는가? p88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런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심정적으로 동의한다. 작가는 감정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아이의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한다. 친구 때문에 속이 상해서 숙제를 하고 싶지 않다는 아이에게 숙제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면 아이는 숙제를 하지 않을 이유 백 가지를 만들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네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숙제는 해야 해"라고 말해야 한다.


신경심리학자 리타 아이켄스타인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가 예민하게 느끼는 것에 늘 신경 쓰고 불편해할 만한 것을 늘 없애주는 부모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자녀를 예민한 아이로 만들곤 한다. 부모가 모든 것을 아이의 마음에 들도록 조정하고 아이가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을 없애준다면, 그 아이는 인생을 살면서 당연히 만나게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싫은 일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다. 그리고 예민한 아이는 결국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한다. p274


정리하면 “네 감정이 중요해”와 “네가 해야 할 일이 중요해”의 대립이다. 작가는 현재 미국 교육 시스템이 개인의 감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는 아이들이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실 삶은 고되다. 원래 그렇다. 그 고됨을 아무렇지 않은 듯 털어버려야 한다. 문제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의 슬픔이나 고통,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심리 치료사와 여러 기법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다시 아이에게 진단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약물을 복용하는 수순으로 흘러간다.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특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기 전만해도 육아서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의 부모가 그랬듯 자연스럽게 아이를 돌볼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잠을 자지 않았고 자주 깨어 울었다. 아이는 나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장난감 같은 것에서 나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아이는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슬라이딩 도어, 엘리베이터, 맨홀 뚜껑, 네온사인, 에어컨 환풍기 같은 것에 집중했다. 육아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고 치료적 개입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는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나는 작가가 비판하는 그 과정에 정확하게 올라 서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든 느낌은 의외로 불편함 보다는 시원함이었다. 아이는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지만 나는 아이가 자폐라는 틀 속에 갇히길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의학적 편의에 따라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상황에 따라 앞으로 약물 복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약물의 효과가 부작용을 상쇄할 만큼 유의미할 때 선택하고 싶다.


나는 굉장히 예민한 부모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믿는다. 나는 아이에게 더욱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넘어져도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힘들어도 괜찮다. 삶은 고통스럽지만 그 안에서 기어이 피어나는 행복, 기쁨, 만족, 평안과 같은 감정을 자유롭게 경험하길 원한다. 그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길 바란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믿음을 준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종국에는 아이 스스로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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