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고민

초5 아이의 봄(2026.03-2026.05)

by 하이리





아이는 소위 블랙리스트다.


반 편성을 할 때 아이를 따로 떼어 고민하게 만드는, 누구누구와 붙을 경우 소란을 일으킬 염려가 다분한. 불편하면 피하게 된다고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아이와 같은 반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짜증이 많은 건 그렇다 치고 매사 이기려 들고 자기 말만 하기 때문이다. 남의 말은 절대 듣지 않는다.


방학식 날 아이가 생활기록부를 가지고 왔다. 지금 반 아이들 중 누구와 같은 반이 되었는지 물었다.

"우리 반에 나랑 같은 반이 된 애는 딱 한 명, 00야."

내가 듣기론 학교에서 말이 별로 없는 여자아이였다. 얌전한 데다 성별도 다르니 아이와 부딪힐 일은 없어 보였다. 담임 선생님께서 정말 신경 써서 반 편성을 해주셨구나 생각하던 찰나 아이가 말했다.

"그래도 그 애는 나랑 같은 반 되는 게 싫지는 않았나 봐. 0반 된 아이들 손들어해서 우리 둘이 손들었는데 나를 보고도 '안돼!'라고 소리치지 않더라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걸 아는 아이는 여자아이가 부정적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했다.

생활기록부 마지막 페이지, 2026년 새해 하고 싶은 일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1. 여행 가기 2. 친구랑 친하게 지내기 3. 성격 고치기


마지막 성격 고치기를 읽으며 마음이 찡해졌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성격을 고치고 싶어 하면서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이 자폐라는 진단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의지만으로 할 수 있다면 진단이 나오지 않았겠지. 혹시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것 같은 걱정에 아이에게 말했다.

"성격은 고치지 않아도 돼. 말만 좀 친절하게 해도 많은 게 달라질 거야."


아이가 다른 성격으로 바뀌길 바라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의 아이가 좋다. 아이는 자폐로 설명할 수 있는 면도 많지만 자폐로 설명되지 않는 특징도 많이 갖고 있다. 아이는 마음이 따뜻하고 나를 위로할 줄 알며 내가 울면 자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만큼 나와 교감한다. 자폐 아동은 감정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아이 스스로 감정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도 고스란히 느낀다.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할 뿐이다. 나는 아이가 가진 그만의 고유성을 사랑한다. 친구도 없고 눈치도 없지만 한편으론 지나칠 정도로 천진난만한 내 아이가 귀엽기만 하다. 다만 매너가 조금 필요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
다시 해보자.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0.3 x 0.4의 결과 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