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5 아이의 봄(2026.03-2026.05)
나는 요즘 초등 5학년 아이를 상대로 상점·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짜증을 내지 않고 말하면 상점, 숙제를 집중해서 해도 상점, 내 지시를 잘 따라도 상점을 준다. 상점 300점을 모으면 아이가 원하는 곳에서 외식을 한다. 대략 2-3주 정도면 300점이 모인다. 반대로 벌점도 있다. 하라는 일을 하지 않고 버릇없이 말하거나 큰 소리로 짜증을 내면 벌점을 받는다.
이 같은 방식은 아이가 다니는 수학 학원에서 힌트를 얻었다. 벌점 받는 게 무서워 수업 시간 떠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 이 학원은 벌점이 많기로 유명한데 지각을 해도 벌점, 교재를 안 갖고 와도 벌점, 숙제를 하지 않아도 벌점을 받는다. 대신 상점과 비슷한 포인트도 많이 준다. 필기를 잘해도 포인트, 질문을 해도 포인트, 문제를 다 맞춰도 포인트를 받는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잠깐 숨을 쉰 뒤 말한 경우에만 상점을 주려고 했다. 벌점은 내키지 않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점만 주니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벌점을 도입했다. 벌점을 준 이후로 아이가 화를 덜 내게 된 것은 아니다. 아이는 비슷한 수준으로 화를 냈다. 다만 내가 감정적으로 아이를 상대하는 일이 줄었다. 화를 내는 아이에게 맞서 온갖 말을 퍼붓던 내가 이제는 ‘-5점’ 이 한 마디로 상황을 종료시키게 된 것이다.
물론 짜증을 한 번에 멈추지 않는 아이 덕에 벌점이 -5점이 -10점, -20점, -30으로 널뛸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에게 먹히지도 않는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벌점을 주는 것이 심정적으론 편하다. 점수에 민감한 아이라 처음에는 벌점을 받고 길길이 날뛰었는데 이제는 제법 벌점을 받아들인다. 여전히 옆에서 씩씩대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게 어디냐 싶다. 예전에는 속사포 랩으로 온갖 말을 내뱉으며 나를 긁곤 했으니.
혹시나 잦은 벌점 때문에 아이가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상점을 후하게 주고 있다. 화를 조금이라도 참는 기색이 보이면 +5점, 세수하라고 할 때 바로 해도 +5점, 벗은 옷을 빨래통에 넣어도 +5점, 숙제를 다 마쳐도 +5점. 덕분에 달력에는 아이의 상점과 벌점이 가득하다.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마치 채점을 하듯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이 방식을 이어가려고 한다. 보다 교육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면 좋겠지만 그 방식이 우리에겐 너무 이상적이므로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인 방식을 찾아간다.
이렇게라도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