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일곱 살 아이의 가을(2021.9-2021.11)

by 하이리



내 고민이자 아이의 숙제




내 아이는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을 갖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의사소통 중 화용 언어 미흡)과 상대방과 적절하게 대화하는 게 힘들다는 것(상호 작용 부족). 다만 이렇게 두 가지가 부족하다고 하기에는, 여기서 파생하는 문제가 대단히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는 게 또 문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져서는 안 되며, 허락을 받았다 하더라도 돌려 달라고 할 때는 곧바로 돌려줘야 한다. 놀이터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한번 줄에서 벗어나면 다시 맨 마지막에 서야 한다. 무턱대고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새로 산 친구의 신발이 멋지지 않더라도, ‘내 신발이 제일 좋아, 네 신발은 이상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대답해야 하고, 자신이 친구의 이름을 불렀을 때 친구가 못 들어 대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금연구역이지만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을 향해 '저 사람 담배 피워'라고 크게 말하지 않아야 한다. 진짜 A4 몇 장은 거뜬히 채울 수 있다.


플러스 알파로 감정 조절 문제도 있다. 아이는 별거 아닌 일에도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때로는 “죽일 거야”와 같은 난폭한 말도 등장한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말을 들으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말은 정말 나쁜 말이야. 아무리 그 사람이 잘못해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그 대신 화나, 속상해, 기분 나빠라고 말하면 돼”

"엄마를 죽일 거야. 친구가 죽었으며 좋겠어."

"죽을 정도로 밉다는 뜻이지? 그럴 땐 그냥 밉다고 해야지. 그런데 그 사람이 앞에 있으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


말이 좀 복잡해지면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냥 네 마음속으로만 말해.
네 마음은 누구도 모르니까.



언젠가 브런치에서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장애를 부정했다가 이에 분노했다가 다시 슬퍼하다가, 현실에서 도망쳤다가 다시 자기 합리화했다가 결국 수긍한다고. 아이의 다름은 인정하더라도 문득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다시 ‘아니다, 이건 정말 고쳐야 해’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아직 아이를 완전히 인정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아이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같은 센터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가 말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어쩌면 나는 대단히 예의 바른 모범생 아이를 바라는 지도. 다만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기본적인 사회성은 분명 존재하는 거고, 나는 그걸 아이에게 가르쳐 주는 거고, 그 과정에서 늘 감정적 소모를 하는 거다. 그래, 내 아이가 좀 다르지. 그거 알고 있다고. 그래도 가르쳐 줘야 하잖니. 이런 행동은 버릇없고 무례한 거라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거라고.


내 잔소리 중 일부는 아이가 가진 성향에서 비롯되기도 하다. 자꾸 몸을 치대거나 기대며 다른 이들을 방해한다던가, 들릴 듯 말듯 작은 소리에도 화를 내고, 누군가 살짝 부딪힌 것에도 기분 나쁘다고 말하며,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널뛰는 것도 신경학적 불안전성 때문이라는 걸. 그런데도 그런 신경 처리 과정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면 만족해야 하는데도 그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사회성과 아무리 거부해도 고쳐지지 않는 성향, 이 두 가지가 늘 서로를 향해 화살을 겨눈다.


또다시 시작된 현실 부정. 그따위 진단이 다 뭐라고? 한두 시간 본 걸 갖고 내 아이를 판단한다고? 아이의 진단명을 부정하면서도 또 센터는 그만두지 못하는 이 아이러니. 아니, 오히려 늘었다. 아이가 태권도 학원을 거부한 이후로 감각통합 치료를 추가로 넣었고 특수체육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내 마음도 늘 줄다리기를 한다.


지금 당장 누군가 아이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예민하고 까다롭고 소심하며 고집스럽다고 말하겠지. 이런 점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꽤 자잘하게 일어나고 그 이유에 대한 의학적 진단도 받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싶다. 일단 나는 이대로 간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필수!
아이도 나도 지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