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디얼리스트 Feb 18. 2022

둘째가 보고 싶어.

발단은 아내의 허리 통증에서부터였다. 연신 괜찮다고 했지만, 육아를 하면서 원래도 좋지 않던 허리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아내는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급한 대로 어머니께 SOS를 요청했다. 아내가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아기는 어머니 댁으로 데려가 돌보기로 했다. 나는 이틀간 휴가를 냈다.  


아기가 집에 없으니 너무나 허전했다. 얄궂게도 아내가 아프다는 사실만 빼면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이내 어머니의 허리도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보며, 아기 하나에 모두가 쩔쩔매는 상황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엄마로서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상심이 컸다. 그러고 보면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육아가 힘들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본인은 육아가 재밌었다는 양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내가 무슨 하소연을 할 수 있었을까.


간간이 원격으로 카톡방에 올라오는 아기 사진을 보면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의 품이 아닌 곳에 있는 아기는 괜히 측은해 보였다. 기분 탓이겠지. 걔는 잘 웃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걸 거야.


못난 나는 이번에도 아내를 다그치고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러면 안 되잖아. 오늘은 집에 가서 용서를 구해야겠다.


예기치 않게 첫째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동생 보느라 많이 놀아주지도 못해 미안하고, 또 고맙고. 한편으론 빈 유모차와 장난감, 아기의 옷가지들을 보고 있자니 둘째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 우리 가족은 4명이지. 다시 아기를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하자.


내일은 둘째가 다시 집으로 오는 날이다. 


일주일 만에 보는구나. 우리가 제대로 못 돌본 것 같아 미안하고, 그동안 잘 지내줘서 고마워. 

조심히 오렴.




매거진의 이전글 빌라에는 놀이터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