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디얼리스트 Jan 14. 2022

생각보다 필요 없는 것들에 대하여

실은 아직 버리지 못했다.

< TV >

부지불식간에 나를 바보로 만드는 무서운 녀석이다. 딱히 봐야 할 프로그램도 없는데 자꾸만 켜고 싶어진다. 심심해서, 적막해서, 때로는 기계적으로 튼다. 시작도 맹목적인데 볼 때도 멍때리게 된다. TV는 계속해서 내게 말을 하지만, 나는 TV에게 말을 걸 수 없다. 내 의사가 반영된 행위는 전원을 끄는 일밖에 없다. 내용은 또 어떤가. 하등 쓸모없는 정보와 가십거리들이 수백 개의 채널에서 하루 종일 넘쳐흐른다. 이 중에서 내가 꼭 알아야 할 콘텐츠는 단언컨대 없다. 이다지도 형편없는 놈이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한번에 치워버리기 힘들다면 몇 가지 대안이 있겠다. 하책은 인터넷TV를 해지하여 채널을 최소화하는 방법, 중책은 TV의 단짝인 리모컨을 제거하는 방법, 상책은 TV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올바른 자세 유지에도 좋지 않은 소파를 먼저 없애버리는 방법이다.


< 자동차 >

편하자고 산 차가 신경 쓸 일을 많이 만든다. 몸값도 비싼 주제에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차량 관리법 따위도 공부해야 하고, 심지어 더러우면 씻겨줘야 한다. 어쩌다 차가 아프기라도 하면 답이 없다. 스스로 고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다칠 위험도 있다. 나만 잘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생기는 게 아니다. 지옥 같은 교통체증과 주차난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차가 짐짝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돈을 모으고 싶다면 차는 포기하는 게 맞다. 세금도 내야 하고, 보험도 가입해야 하고, 기름도 넣어야 한다. 차라리 택시 타는 게 더 싸게 먹힌다.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자. 그게 건강에도 좋다. 서울에 산다면 굳이 차는 필요가 없다.


< 배달음식 >

외식으로도 모자라 음식이 나에게  길 바란다면, 과연 삶의 의지가 남아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외부의 음식은 영양도 위생상태도 담보할 수 없다. 딱히 맛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음식을 다 먹고 남아있는 포장용기들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환경오염도 심해진다. 직접 요리를 하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식(食)'의 주권을 내주지 말자.


< 장난감 >

장난감 구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새 장난감을 보고 기뻐할 아이를 상상하면 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비싼 장난감을 사줬는데도 갖고 놀지 않는 모습을 보면 화가 올라올 때도 있다. 사실 장난감은 기성품일 필요도 없다. 집안에 돌아다니는 페트병만 가지고도 재밌게 놀 수 있다. 장난감의 개수 대신 부모와의 시간으로 채우자. 그리고 쓸데없이 마트에 가지 말자.


< 옷 >

옷장에는 입는 옷보다 안 입는 옷이 더 많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패션업계 종사자도 아니다. 사람들은 내 옷차림에 관심이 없다. 중요한 자리라면 어차피 회사 갈 때 입는 정장이면 충분하다.


< 핸드폰 >

세상이 좋아지니 움직이는 인터넷이 나왔다. 그러나 핸드폰을 통해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착각일 뿐 실제로는 더 고립돼 갈 뿐이다. 소통하고 싶다면 화면이 아니라 실제 대상과 마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SNS상에서 '좋아요'를 받는 것과 실제로 좋다는 말을 듣는 것은 비교할 수 없다. 다만 핸드폰은 너무나 강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아직 역부족이다. 패배를 인정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