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첼 Jun 02. 2023

어려움과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세 번째 가게를 하며 느낀 것들에 대하여.

2023년 5월 코리안 파누쪼 하우스 '오방'이 오픈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사실 3번째 가게를 운영하면서 굉장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순간이야 늘 있었지만서도, 요즈음에 느끼는 어려움은 두려움을 동반하고 있기에 그 수준이 남다르다. 오늘은 내가 어떤 어려움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글의 목적은 내 상황을 글로 써 봄으로써 현재 상황을 객관화하려는 데 있다.>


1. 승자의 저주 <잇따른 성공이 어려운 이유를 깨달음>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하면서 초기에 성과를 얻으면 실패로 이어지는 저주에 걸리고 만다는 것이다. 사업이 커지면서 언제나 경계했던 상황이다. 그 저주는 뱀처럼 고요하게 온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나 '겸허'한 경계심을 갖추려 노력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겸허란 스스로 겸허하다고 믿는 그 순간에 오만의 싹이 튼다. 고백컨데 나 또한 그랬다. 첫 번째 가게가 운이 좋게 잘되고 좋은 멤버들을 만났다. 승승장구. 첫 가게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면서 두 번째 가게를 오픈했다. 자신 있었다. 언제나 만석에 주말이면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첫 번째 가게를 보면서 두 번째 가게도 비슷할 것이란 그림을 그리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두 번째 가게를 오픈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축하가 있었다. 당시에 난 성공한 사업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뿌듯했다. 하지만 첫 번째 가게처럼 장사가 대박이 나진 않았다. 이상신호를 감지했다. 당시에 생각한 컨셉만으론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많은 시도를 하면서 지금까지 힘겹게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두 번째 가게가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았을 때, 나는 사업을 성공시킨다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두 번째까진 어려움이나 힘겨움을 느낄지언정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세 번째 가게를 오픈하기 전까진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요새 두려움을 느낀다. 사업을 하면서 힘들어 본 적은 많았어도 두려움이라니.. 이 두려움은 무엇일까.. 모를 생각에 더욱 두려워졌다.


대게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하나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희망이 사라져 감을 느끼거나 미래가 어두울 수 있다는 예감이 들 때,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나 또한 최근 그랬다. 자기 확신이 약해졌었다. 어쩌면 내가 그리는 목표를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었다. 나 또한 승자의 저주에 빠졌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가게는 '술집'이었다. 비록 두 곳이 컨셉은 확연히 다르지만 같은 카테고리다. 반면 세 번째 가게는 밥집이다. 낮장사와 밤장사는 같은 요식업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물론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경험으로 체감하는 것은 0과 1의 차이였다. 나의 두려움의 원인은 이것이었다. '실력 없음을 몰랐던 것' 나는 스스로 조금은 실력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도 나름 일산에서 유명한 술집 두 곳을 만들었는데, 낮에 하는 레스토랑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쉽게 믿었다. 요식업이란 큰 맥락에서 꼴랑 술집 두 개 해보고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이 나를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이런 이유를 인지하지 못했기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었다. 잇따른 성공이 어려운 이유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요즈음이다.


2. 어려움을 기꺼이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

나의 세 번째 가게는 고난의 연속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력은 떨어지고 허리도 아프고 6개월 된 아이도 있다. 일만 하면 됐던 3년 전과는 상황이 여러모로 다르다. 첫 번째 가게의 성공은 일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던 나의 축복받은 상황과 연관성이 없지 않다. 당시엔 체력, 열정, 외부환경 모두가 좋았다. 코로나로 힘겨운 시기가 있었지만 요즈음 경기를 생각해 보면 그때가 훨씬 요식업 경기가 좋았다. 반면에 지금은 정말 불경기이고 체력도 열정도 많이 부족하다. 어렵고 고되다.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업 시작하고 지금이 가장 힘든 순간이 아닐까 싶다.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세 번째 가게 오픈 시점에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상황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일까 고민하는 시기이다.


나는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마인드가 있다.

이 스트레스와 어려움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겪는 것이다.


이미 경험을 통해 학습된 스트레스와 어려움은 처음 그것만큼 강렬하지 않다. 다시 말해서, 내가 현재 너무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잘 극복하면 나는 더욱 강해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요새 나의 부족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얼마나 거친 항해 끝에 존재하는지 어렴풋하게 보인다. 이보다 몇 배나 거친 파도를 몇 번 더 마주쳐야 한다는 것을 감지한 순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었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 이제 돌아갈 곳은 보이지 않는다. 남은 선택은 두 가지이다. 바다에 빠져 죽던지, 목표지점에 어떻게든 도착하던지.

인생을 살다 어려운 시점은 반드시 찾아온다. 나는 최근 몇 년간 달콤한 시기를 보냈다. 이제 올 때가 된 것 같다 싶기도 했다. 나는 최근 찾아온 역경을 감사하게 마주하기로 했다. 내 부족한 실력을 일깨워줘서 감사하고, 나의 목표가 만만치 않으니 더욱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라는 경고 같아서 감사하다. 이런 경고의 메시지는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건 삶이 내게 주는 소중한 나침반이자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알려주는 사인이다.


3. 여전히 집중해야 할 것은 역시 WHY 밖에 없다.

나의 최근 루틴은 이렇다. 아침 8시 즈음 가게로 출근한다. 반죽을 하고 전 날 만든 반죽을 소분하여 화덕에 하나하나 빵을 굽는다. 단순하게 들리는 이 과정이 단 1분도 쉬지 않고 3시간 30분~4시간 정도 걸린다. 이 과정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 빵을 다 굽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이 40에 내가 300도 화덕 불 앞에서 반죽을 하고 빵을 굽고 있을 줄은 말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사서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매 순간순간 머릿속을 관통한다. 그럼에도 나는 현재 이 일이 좋다. 약간 변태 같지만 내가 스스로 자초해서 만든 이 고됨이 좋다. 왜냐하면 내가 디자인한 삶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100% 선택한 생활패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사업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자유를 얻고 싶었다. 맞다!! 잊고 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자유였다. 그리고 요새는 조금 어려울지언정 나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다. 내가 만든 공간에서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사업을 하고 있다. 내 일을 어느 정도 마치면 나는 자유롭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퇴근해서 딸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 자유를 만들었다. 매출이 떨어지고 앞으로 사업이 잘 될지 안 될지 모를 이 두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는 이런 것들을 두려워 해선 안된다. 내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유를 잃는 것이다. '나는 왜 사업을 하는가' WHY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적당한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사업에 실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어느 순간 돈 자체와 결부시킨 것 같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 매출도 높여야 하고 성공도 해야 한다. 매출과 성공이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요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한국적인 샌드위치 전문점 밤리단길 오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