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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May 11. 2023

가장 한국적인 샌드위치 전문점 밤리단길 오방

오방색을 담은 한국식 화덕샌드위치


왜 우리나라는 한국적인 샌드위치가 없을까?


일본에는 '산도'가 있고 베트남엔 '반미'라는 샌드위치가 있다. 이 밖에도 각 나라의 고유한 정서를 담아 발전시킨 다양한 퓨전요리가 글로벌 푸드가 된 사례는 수도 없다. 반면에 한국에선 샌드위치라고 하면 가볍게 한 끼 때우는 간식 정도의 인식이 강하다. 한국만의 독특한 샌드위치 문화가 한국엔 없다. 되려 샌드위치는 우리나라 전통 한식인 비빔밥과도 그 괴가 같다. 여러 가지 부재료를 한 번에 버무려 조화롭게 즐기는 방식이 닮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없는 것. 세 번째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세운 기준이었다. 그러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음식이어야 했다. 그러다 문뜩 '우리나라엔 왜 발전된 샌드위치 문화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망원동에 소금집이란 곳에서 유럽식 수제햄을 선보이며 잠봉 뵈르라는 프랑스식 샌드위치가 전국에서 유행했다. 잠봉 뵈르를 맛봤던 사람 중에서 그 뜻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잠봉' ; 프랑스에서 만드는 돼지 뒷다리 햄.
'뵈르' ; 버터


잠봉이든 하몽이든 프로슈토든 모두 그냥 돼지 다리 살로 만드는 햄이다. 뵈르는 프랑스어로 버터. 다시 말해서, 빵에 햄과 버터를 넣은 샌드위치다. 생각보다 간단한 음식이다. 하지만 음식의 간결함에 비해서 대중들은 잠봉 뵈르를 훨씬 고급스럽게 바라보았다. 간결한 것이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럽인들이 인식하는 잠봉 뵈르에 비해서는 그렇단 이야기다. <사실 이런 외국의 새로운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현지인의 그것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김밥이나 떡볶이도 유럽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면 몸값이 배 이상 껑충 뛴다. >


이제 대중들에게 잠봉 뵈르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음식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간단한 프랑스 음식은 한국에서 대중화되진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선 햄과 저배합 빵 ( 동물성 지방을 넣지 않고 만든 식사용 빵)을 고급화해서 만드는 시장의 크기가 유럽에 비해 현저히 작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쌀밥을 먹으며 평생을 산다. 그래서 쌀 품종은 몰라도 맛있는 맛없는 은 기가 막히게 구분한다. 유럽인들도 마찬가지다. 주식이 빵이다. 어떤 빵이 식사용으로 적합하고 맛있는지 당연하게 알고 있다. 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빵 맛을 유럽인들 만큼 알기 어렵다. 이것은 단순히 경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선호의 차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다른 나라 음식 맛을 누가 더 똑같이 잘 만드냐의 경쟁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맛의 카피를 넘어서 자국의 정서와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나는 일본이 이런 점에서 식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식문화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외국 음식의 맛 자체를 카피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국민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그 점이 일본 식문화를 글로벌 탑티어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식재료의 샌드위치 속





미나리와 사과와 닭안심

샌드위치를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발전시키겠다는 기획으로 가닥을 잡았다. 속 재료는 대한민국에서 집밥을 먹으며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야채인 미나리, 애호박, 꽈리고추 등으로 채우기로 했다. 소스도 고추장, 들기름, 참기름 등 전통 한식 소스를 조합하면 크게 어렵진 않았다. 문제는 샌드위치의 핵심인 빵이었다. 과연 어떤 빵이 한국적인 샌드위치와 상응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포카치아, 치아바타, 바게트 등등 여러 조합을 생각했지만 결국 어떤 빵이든 빵이 주식인 나라에서 수백 년 이상 자리 잡아 만들어진 '이름 있는 빵' 일뿐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름 없는 빵'을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화덕에서 구운 빵 화덕빵이었다.

화덕에서 하나 하나 구워 만드는 빵

한국적인 빵의 핵심은 '밥'의 역할이어야 했다. 보통 밥은 쌀과 물로만 만든다. 그래서 우리의 빵도 빵을 만드는 핵심 재료만 넣기로 했다. 밀가루, 소금, 이스트. 끝! 최근 유행하는 천연발효종 흔히 말하는 저배합 빵이다. 저배합 빵이란 동물성 지방과 필요 이상의 설탕을 넣지 않는 빵을 말한다. 보통 베이커리에서 효모가 설탕을 먹어서 작용을 용이하게 돕는 정도에 극소량의 설탕은 첨가제로 치지 않는다.


하루 이상 충분히 저온 발효를 해서 만든 빵은 발효과정을 통해 소화가 잘 되게 해준다. 먹었을 때 위에 부담이 적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한 한국적인 샌드위치에 딱 적합한 빵이라고 판단했다.

24시간 동안 직접 반죽하여 발효시킨 반죽

가마솥에서 직접 불을 때워가며 정성스레 밥을 지었던 모습처럼 500도에 육박하는 화덕에서 반죽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구워 반으로 갈라 김밥처럼 준비한 속 재료를 조합해 한 데 모아둔다. 이것이 우리가 유럽의 샌드위치를 한국의 정서를 담아 변화 시킨 모습이다. 비록 이것이 아직 대한민국을 대표할 샌드위치라고 단언할 순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우리의 식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전혀 없는 식문화인 햄이나 베이킹 문화를 마냥 찬양하거나, 누가 누가 더 유럽이나 미국의 인테리어를 감각적으로 잘 뽑아냈는지 뽐내는 요식업 문화와는 궤를 달리한다고 자신한다.


요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맛이 첫 번째 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전문 베이커도 아니고 수년간 햄을 만들어 온 마이스터도 아니다. 때문에 가짜인 것을 진짜인 양 손님들에게 선보일 순 없다. 적어도 우리가 만든 샌드위치는 그저 '오방'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이런 시도를 한 사람들은 고양시 일산 밤리단길에 오방이 최초이며 이것이 최초인 이유는 온전히 나와 아내의 기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판단은 우리를 찾아주시는 손님의 몫이다. 때론 누군가 우릴 비난할 것을 안다. 맛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에서 다른 나라 스타일의 음식을 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고 실행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손님들에게 언제나 당당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누군가 한국적인 샌드위치의 시작이 어디였냐고 묻는다면 일산의 작은 길목인 밤리단길에서부터 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오방을 시작하며 품어보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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