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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Nov 30. 2019

부부 관계조차 결국 의리가 전부다.

한물간 유행어를 되살리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모든 관계에서 의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가족과 부부관계에서도 의리가 전부다. 그런데 간혹 주변 사람들에게 부부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의리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직 신혼인데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하냐며 걱정 섞인 핀잔을 늘어놓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리의 진정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의리를 지킨다는 말을 떠올리면 가족이나 부부관계를 제외시키고 친구나 동료 정도의 사회적 관계로 국한시킨다. 대부를 비롯한 갱스터 누아르 영화의 영향 때문일까?  '의리 있는 사람이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자신과 관련된 타인을 배신하지 않는 것이며, 친구나 동료가 힘들 때 맹목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종종 예능 프로에서 연예인들의 의리 있는 미담이 소개가 되곤 한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매니저에게 차를 선물했다는 둥, 동료 연예인이 일이 없어서 힘들어할 때 큰돈을 빌려줬다는 둥, 어쩌다 같은 장소에서 식사하는 동료 연예인을 발견한 후에 소리 없이 밥 값을 내주고 갔다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이런 행동이 의리 있는 행동으로 묘사된다.


의리란 정녕 이런 것일까? 이런 모습을 의리 있다며 치켜세우는 꼴이 인간관계에서 반드시 가져야 할 자세를 퇴색시킨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일화가 결코 의리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명시돼있다. 사전적 의미만 봐도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의리의 의미보다 무게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어떤 특정 관계가 아닌 모든 관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친구 관계는 물론이고 가족 관계, 부부 관계에서도 의리를 지켜야 한다.  


의리야 말로 모든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강력한 힘이다. 반대로 의리심이 깨지면 그 어떤 관계라도 깨진다. 혈연관계라 할지라도 의리가 깨진 집안이 온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의리는 어떻게 지켜야 하는 것일까?


의리의 본질 <즉 인간관계의 본질>은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예의와 신뢰.


여기서 예의는 상대방도 나만큼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 그리고 신뢰는 상대방이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모든 인간관계는 지속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없다면 그 관계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노력하지 않고 유지되는 관계는 없다. 평소 우리가 숨 쉬는 것만큼이나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믿는 관계가 하나 있는데 바로 부모 자식 관계다. 하지만 이것도 대부분  자식이 지켜야 할 의리심에 몇 곱절 분량을 우리 부모님이 뿜어 내시는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아이는 자신 이상으로 소중하다고 여기며 아직 어려서 그렇지 크면 분명히 부모님에게도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 될 거라 믿으신다.


하지만 부부 관계는 결코 그렇지 않다. 배우자가 예의가 없거나 의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어떤 유리보다 쉽게 깨진다.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의리 안에 포함되어있다. 상대방도 나만큼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자신을 아끼고 생각하는 것만큼 배우자를 대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하지 않고 나도 하기 싫은 설거지나 집안일은 상대방도 귀찮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배려심. 행복하거나 슬픈 일을 겪을 때, 내 배우자도 같은 강도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게 되는 공감. 이런 마음이 바로 높은 수준의 사랑이다.


이렇게 내가 예의를 갖추고 있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상대방도 나와 같이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고 굳게 믿어야 한다. 이것이 부부관계의 믿음과 신뢰다. 상대방이 나를 볼 때나 보지 않을 때나 결코 예의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 속된 말로 쪽팔린 짓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내 배우자가 물리 적으로 나와 떨어져 있더라도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믿음. 이것이 부부 사이의 의리이다.


가족이나 부부는 죽기 전까지 아니 죽고 난 뒤에도 깨어지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한 관계이다. 그렇기에 그에 맞는 강력한 의리심이 필요하다. 죽을 때까지 평생 함께 하겠다는 맹세를 했으면 의리를 지키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평생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의리다.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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