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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Jan 10. 2019

연애와 결혼의 결정적 차이.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


어떤 점에서 그/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했어?


이렇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 질문을 받게 될 줄 알았더라면, 미리미리 답안지를 작성해서 머릿속에 넣어 놓고 다닐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대답보다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언제나 한참을 생각한 뒤에 그때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가 그녀와 결혼하는 101가지 이유> 중 하나를 골라 주절주절 내뱉곤 했다.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모두 달랐다.


만약에 내 친구 A와 B가 오랜만에 만나서,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서로 수다를 떤다면, 그 둘은 내가 한 여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정리하자면, 내가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아니 너무 많다. 아니! 나도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하루 저녁 청첩장을 건네는 술자리에서 상대방이 듣고 싶은 정도의 분량 [상대방이 남의 고리타분한 결혼 과정을 인내심 가지고 들어줄 수 있는 시간=약 1분 내외]으로 간단, 명료하게 정리해서 말할 재간이 없다.


그렇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들은 뒤에 자연스럽게 정리해서 답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혼자 골똘히 대답을 정리해 봤다.


내가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


연애를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혼이란 다음 스테이지로 이어가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결혼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차례 연애를 경험한다. 그리고 결혼을 위한 마지막 연애 한 번을 제외한 나머지의 연애는 이별로 끝맺음을 한다. <물론 결혼도 이혼이란, 이별로 이어 질 수 있다. 충분히 높은 확률로>


성공한 연애가 결혼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결혼에 골인했다는 표현이나,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는 따위의 표현에 격렬히 공감하지도 않는다. 단지, 연애와 결혼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연애를 끝내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연애와 결혼의 결정적인 차이는 '미래'이다.


단순히 연애만 할 생각이라면, 상대방과의 미래 따위 그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서, 이 사람의 가치관이 어떤지, 꿈이 무엇인지, 자식은 몇 명이나 낳고 싶은지, 자식에 대한 교육관 따위의 결혼에 관련된 거시적 합의점부터 시작해서,


1주일에 빨래를 몇 번이나 하는지, 설거지를 미루는 성격인지,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 놓지는 않는지, 세수만을 위해 한 번 쓱 닦은 수건도 빨래통에 집어넣는지, 치약을 가운데부터 짜는지 와 같은 결혼 생활하면서 사사건건 부딪힐 미세한 생활 습관들까지.


결혼을 그리지 않는 관계에서는 전자와 후자 모두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서로의 미래를 그릴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그 경계가 한반도 군사 분계선 마냥 정확하고 명료하게 나누어 주는 선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현재부터 미래까지 시간의 거리가 연애 또는 결혼에 대한 당사자들의 태도를 바꾼다.


결혼이란 무한한 미래를 서로가 그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한이라는 것은 영원하다는 말이 아니라, 미래를 어느 시점까지 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연애는 반드시 미래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서로가 그 한계를 인정하며 관계를 맺는다. 그것이 연애다. 그래서 연인들이 서로의 연애에 한계를 얼마나 긴 장거리로 보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인내의 크기가 달라진다.


가볍게 만나서 서로의 장점만을 바라보는 연애의 시점은 현재다. 그런 연애는 상대방의 실수나 허점 그리고 상처를 감내할 필요와 명분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연애의 미래 지속 길이가 길면 길수록 상대방의 허물이나 나쁜 습관, 나아가 서로 다른 집안의 문화까지도 감내할 수 있게 만드는 명백한 명분을 준다.


수차례 걸친 연애 그리고 이별. 이과정은 우리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서로가 바라보는 연애의 길이가 다르거나, 혹은 딱 그정도의 길이 만큼이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현재 이혼율은 4가구 당 1가구라는 통계가 있다. 결혼이 반드시 부부관계의 미래 길이가 나의 죽음까지의 길이만큼이라는 기대는 어쩌면 희망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한다는 것은 우리관계의 미래를 한정하지 않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결혼을 결심했다면, <나도 마찬가지지만>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인내를 무한정으로 끌어올리려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핑크빛 미래만을 꿈꾸며 결심한 결혼은 단순한 연애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한정된 서로의 미래를 결혼을 통해 무한정 늘리고 싶다면, 연애를 끝내야 한다.


연애를 끝내고 결혼에 들어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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