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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자 Aug 09. 2023

그게 아니고~

말머리에 "그게 아니고~"를 달고 산다면

건강이 좋지 않아졌다. 두루두루 써 먹던 몸뚱이지만 큰 탈 없이 지내왔었는데 올 초 건강검진에서 탈이 났다는 통보를 받았다.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었는데 의사는 정기적으로 운동을 할 것을 권유했다. 물론 적당한 운동과 함께 골고루 영양섭취를 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라는 참 바람직하면서도 참 뻔한 얘기와 함께.


우선은 걷기로 했다. 딱히 장비가 필요하지도 않고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운동할 수 있다는 편리성도 있으니 말이다. 사람이라는 게 그런가 보더라.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자꾸 걷다보니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뛰어보기로 했다. 달리기에 관련된 각 종 정보를 찾아봤다. 걸을 수 있는 놈이 달리는게 뭐 어렵다고 정보까지 찾아보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마시라.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냥 마구잡이 뜀박질과는 다른 체계적 달리기가 요즘은 대세다. 유튜브 채널이나 각 종 동호회 사이트, 그 외에도 관련 어플리케이션도 다양하다. 달리기를 시작하는 이는 어떻게 뛰고 호흡해야 하는지부터 어떤 런닝화를 사야하는지 또는 어떤 코스를 뛰면 좋은지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칭찬받으면서 하면 얼마나 신이 나는지 우리는 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다. 날 때부터 그렇게 난 것인지 아니면 살면서 그렇게 배배 꼬여 버린 것인지 무조건 부정적인 말과 함께 타박부터 하는 이들이 있다.


“달리기 하면 무릎에 안 좋을텐데”


달리기를 시작하겠다는 나에게 이딴 식의 대꾸를 해댄 이들이 적지 않다. ‘달리기 하면 연골 상한다’, ‘노년에 고생한다’ 등 듣기 싫은 소리만 한가득이었다. 게다가 이는 자신들의 경험담도 아니었다. 대부분 어디서 들은 얘기를 근거로 분기탱천한 나의 의지를 꺾으려 들었다.


반면,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대부분 뛰는 사람들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격려, 응원. 그것들을 느꼈다. 달리기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나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은 스스로들이 뛰면서 느낀 희열과 재미 등을 설명했다. 그리곤 새로이 달리기로 마음먹은 나를 보며 기뻐했다. 내 결심을 칭찬했고 격려하며 응원했다. 덕분에 난 더 달리고 싶어졌고 그 동력으로 지금은 하루에 1Km로 시작해 하루에 2Km 또 하루에 3Km. 이런 식으로 거리를 늘려가며 달리고 있다.


대화에서 긍정의 기운을 주는 것은 참 중요하다.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내놓는 말마다 부정적 기운이 가득하다면 어떻겠는가.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지 않겠는가.


뭔 말만 하면 “그게 아니고~ ”로 받는 이들이 있다.


“난 이탈리아가 참 좋더라. 사람들도 열정적이고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아니 그게 아니고~ 이탈리아 지저분하지 않든? 난 거기서 소매치기 당했잖아. 아 정말 별로였어”


이 대화는 더 이어질 수 있을까. 내가 다녀 본 좋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내 경험에서 내 느낌에서 좋다고 생각된 곳에 대한 얘기를 하려 했다. 그런데 함께 있던 A는 말을 자르더니 잔뜩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순간 김이 팍 샜고 더 이상 이탈리아 얘기는 이어가지 않았다. A는 늘 그런 식이었다. “그게 아니고~”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말도 많고 얼핏 보기엔 말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대화를 나누면 기분이 언짢아지기 일쑤였다. 그가 아는 것이 많고 곧잘 재밌는 농담도 잘해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 가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아니라고 본다. 백날 떠들어봤자 뭘 하랴. 그와 대화를 나눈 내 기분이 더러운데.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긍정의 기운을 주는 것이 좋다.


“아~ 이탈리아요? 와 난 가보진 못했지만 말씀을 들으니 정말 기대가 되네요. 피자도 거기서 먹으면 더 맛있겠죠?”


이런 반응이었으면 어땠을까.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어졌을 것이고 그 때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했을 것이다. 이 즐거운 기운은 상대에게도 전해질 수밖에 없으니 서로에게 좋은 그야말로 좋은 대화라 할 수 있겠다.


주변을 돌아보고 만약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아니고~”라고 말을 받는 이가 있다면 경계하자. 그 와의 대화가 즐거울리 없으니까. 그리고 한 번 돌아보자. 내가 그러고 있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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