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컬렉션은 파리, 밀라노, 뉴욕이지요.
하지만 전 세계 3 대장 패션스쿨은 뉴욕의 파슨스, 런던의 세인트 마틴스, 앤트워프의 로얄 패션 아카데미가 되겠습니다. 앤트워프 로얄 패션 아카데미, 여러분이 한번쯤 들어보셨을 법한, 마르틴 마르지엘라(메종 마르지엘라)도 벨기에 사람이며, 이 학교 출신입니다. 디자이너 황재근 씨도 앤트워프 패션스쿨 출신이지요.
밖에서 보면 죽어도 학교인지 모를 풍경. 길가에 입구가 있고 패션뮤지엄이란 간판이 달려 있습니다. 이 쥐똥만 한 도시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대거 나왔는데요, 패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들어 보셨을
Dries Van Noten 드리스 반 노튼
Ann Demeulmeester 안 더뮬러메스터르
Martin Margiela 마르틴 마르지엘라
Raf Simons 라프 시몬스
Walter Van Beirendonck 왈터르 반 베이런동크
Veronique Branquinho 베로니크 브랑키노
Bruno Pieters 브루노 피터르스
앤트워프 사는 사람이면 귀에 피나도록 들었을 앤트워프 SIX, 이 도시를 대표하는 여섯 명의 디자이너들. 거의 이쯤 되면 프로파간다처럼 생각될 정도임.
를 비롯한 엄청난 수의 디자이너들을 배출해 낸 앤트워프의 로얄 패션 아카데미입니다.
0.1.2 층은 패션뮤지엄. 3층이 앤트워프 패션 스쿨 되겠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학교 안에는 패션 뮤지엄이 있습니다. 패션뮤지엄이니 전시회도 하겠지요? 시즌마다 디자이너를 초청해 의상들을 전시하고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제 지인인 Jan-Jan Van Essche라는 친구가 새로운 컬렉션을 전시해 오프닝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75년 된 초콜라티에에 등장했던, 휴고보스 메인 데님디자이너인 제 능력자친구와 베짱이씨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은근히 주변에 패션계 종사자가 많지만, 저는 패피가 아닙니다. 저는 매일 같은 배낭매고 출근하는(자전거 타고 다니느라 핸드백은 못 들어요), 패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요. 친구 좋다는 게 이런 건 가 봅니다.
Khayal- A TIME AND PLACE FOR EVERYRHING 매일 도서관과 집만 무한반복하는 저에게 재미난 이벤트를 즐기게 해 주고, 오프닝 게스트리스트에 올려줘서 공짜 술도 마시게 해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자, 패션 전시회 오프닝에 가려면 일단 의상을 준비해야 합니다. 찌질이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일단 무채색을 골라야 합니다. 정말로 엄청난 패션감각이 있어 휘황찬란한 형광색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주로 패션계 종사자)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눈에 띄지 않게 무채색으로 갑니다.
하지만 또 엄청 진부하고 재미없어도 안되죠. 그래서 오늘의 컨셉은, 어차피 아무도 저에게 관심이 없을 거긴 하지만, 스타워즈 제다이의 느낌으로 푸대자루를 묶은 것 같은 옷으로 하렵니다. 광선검만 들면 완벽한데, 광선검이 없네요.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고 깡입니다 추우니까 발목 워커를 신고 양말도 신어줍니다. 이래 봬도 제 최애 울양말입니다. 매일 비누로 빨아서 말려 신습니다. 3만 원이나 주고 샀는데 뽕 뽑을 겁니다. 나이 드니 패션이고 뭐고 따듯한 게 제일입니다.
눈에만 안 보이면 됩니다. 색깔도 아주 창의적으로 벽돌색 골라봤어요.
이런 곳에 선 공짜술을 마셔줘야 합니다. 어차피 공짜니 제일 비싼 술을 골라 봅니다. 스페인산 스파클링와인인 까바를 주문합니다.
공짜니까 제일 비싼 술 주세요 Jan-Jan Van Essche의 소개가 이어지고 스피치를 합니다. 사람들이 아주 그냥 드글드글 합니다. 간간히 여긴 오트쿠뛰르 (Haute Couture/ High fashion: 기성복이 아닌 패션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 패션쇼장인가 싶을 정도로 기괴한 복장을 한 사람도 눈에 뜨입니다. 여기가 패션이벤트가 정말 맞는 모양입니다.
오프닝 이벤트로 전시회뿐만이 아니라, 콘서트와 다른 층의 James Ensor (벨기에의 상징주의 화가로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 활발히 활동한 작가입니다)를 모티브로 한 maskerade& make-up 전시회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James Ensor- De Intrige 1890 친구 Jan-Jan의 오프닝 전시회는 사람이 미어터져, 먼저 James Ensor를 모티브로 한 전시회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부ral 친구인 Inge Grognard 잉어 그로그나르드 가 함께 10년을 연구한 끝에 도자기인형처럼 피부를 표현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이었습니다. 10년의 연구라니, 광기의 끝을 보여줍니다.
메종 마르지엘라 쇼의 도자기메이크업 마르지엘라의 부ral친구 Inge Masks-Walter Van Beirendonck
술은 공짜술이 제일 맛있어요 난해합니다. 그냥 보고 제 마음대로 해석하겠습니다.
자 이제 Jan-Jan Van Essche /얀얀 반 에셰 디자이너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Jan-Jan Van Essche 이 디자이너는 2003년에 앤트워프 패션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010년에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이 친구의 2024-2025년 봄, 여름 컬렉션인데요 테마는 Khayal, 우르두어(파키스탄, 인도에서 주로 쓰임)로 상상이란 뜻입니다.
(제 인생 찐친들을 소개해 준 아주 고마운 친구입니다. 이 친구덕에 벨기에의 비디오아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들을 했어요.)
그의 컬렉션은 젠더리스를 표방하고 있으며 컨슈머의 나이도 특별히 정하지 않고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활동성에 초점을 둔 켈렉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단의 선택에 있어서 Jan-Jan은 장인이 직접 만든 고퀄리티의 원단을 고집스럽게 고수합니다. 이미 일본에서 Jan-Jan의 컬렉션은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라 합니다.
혹시 컬렉션이 궁금하신 분이나, 앤트워프 패션 아카데미 입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사이트에 한번 들어가셔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패피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공짜 술 잘 마시고 잘 살아 돌아온 벨기에 고인물, 고추장와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