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플국 유교어멈 서울 강북 탐방기

발바닥에 땀나도록 걸으며 서울의 정취를 느끼다

by 고추장와플

보신각에서부터 우리의 강북탐방기는 시작됩니다. 보신각 타종행사를 티비로 지켜보던 아이들은,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추운데 지금 저기 간 사람들 참 안됐다.라고 말합니다. 새해맞이 행사로 뉴욕에 타임스퀘어가 있다면 서울엔 보신각이 있지요. 아이들에게 보신각을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서울지하철 수준점 (지하철 수준점(水準點)은 수도권 전철의 높이와 깊이의 기준이 되는 원점)도 이곳에 있어요.

보신각에서 몇백 미터만 더 가면 청계천이 나오지요. 거기서 우리는 광화문 쪽으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경복궁도 가 보기로 합니다. 유교어멈의 취향을 저격한 등불모형이 인상적입니다. 제 취향은 좀 동묘스럽고, 옛것을 좋아하는 할머니취향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와 2년 동안 같이 살아서 일까요? 이런 엄마를 닮아 아이들의 취향도 약간 할아버지스럽습니다. 반은 벨기에사람인 아이들의 최애음식은 미역국에 밥 말아먹는 것과 삼계탕입니다. 기름에 튀긴 치킨보다 물에서 황기와 대추와 같이 수영하는 삼계탕을 더 좋아합니다.


청계천 돌다리를 아이들은 신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광화문 우체국에 도착하여, 브런치에서 알게 된 작가님에게 카트도 한번 보내봅니다. 빨간 우체통이 인상적입니다.

저 멀리 이순신장군 동상도 보이고 경복궁이 보입니다. 칼을 들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순신장군 동상을 보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한국의 천재 해군 장군님이었다고 말해줍니다. 나중에 같이 명량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광화문 광장 LCD벽에는 사람들이 신청한 소원이 나타납니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 스트레스 안 받고 살기, 경제적 자유 부모님 효도 등등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다들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모두들 신청하신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곧이어 세종대왕 동상도 나타납니다. 큰애는 한글을 읽을 수 있지만( EBS 한글이 야호, 격하게 감사드립니다.) 둘째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글을 만드신 대단한 대왕님이시라고 얘기를 합니다. 어느 곳의 어느 나라에서 글 못 읽는 백성이 불쌍하다고 글자를 새로 만든답니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쉽고 편하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을 수 있는 이유도 세종대왕님 덕분이지요.

서울의 마스코트 해치 앞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할 거 다 하고, 화장실도 갔다가 천천히 경복궁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런데 아뿔싸, 허당엄마가 경복궁 관람시간을 잘못 보았습니다. 하절기 개장시간으로 봤네요. 이미 매표소는 문을 닫았습니다. 아아, 이 어미를 용서해라.


경복궁을 못 갔으니, 북촌이라도 가보기로 합니다. 많이 걸은 탓인지 2호가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날씨도 오늘은 유난히 더 춥습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어디 가서 따듯한 거 라도 마시면 안 돼?"라고 합니다.

삼청동까지 와버렸습니다. 우연히 골목길에서 찾은 자작나무 이야기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저의 취향 저격입니다. 한옥카페인데, 서까래와 기둥이 저리 보이니 마음이 편해지고 자잘한 인테리어 소품도 참 예쁩니다. 우리 할머니가 쓰셨을 자개장과 자개상이 이렇게 힙하다니요! 베짱이씨는 자개상을 가지고 싶다고, 집에 하나 사다가 놓으면 좋겠다 합니다. 그러려면 유럽의 냉기 가득한 찬 바닥부터 어떻게 해야 상을 사용할 텐데요. 게다가 저 상을 어떻게 들고 벨기에로 돌아간 단 말입니까. 그냥 기억만 가지고 가기로 합니다.


온돌방에 앉아서 뜨듯한 뱅쇼 한잔 마시며 추위를 녹입니다. 하루종일 들고 다니는 저 하얀 쇼핑백의 정체는 바로 터닝메카드입니다. 거추장스러우니 집에 갈 때사라 했더니 그럼 잊어버린다며 봤을 때 사야 한다 우깁니다. 이 아이들은 여행의 철칙을 벌써 깨달았네요. 여행 가서 나중에 사야지 하면 못 사고 돌아온다는 것을요...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 와서 벌써 터닝메카드를 8개나 샀습니다. 아주 징글징글합니다. 벨기에에도 터닝메카드가 한 20개는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터닝메카드가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한국어교사였기 때문에 눈 감아 줍니다.

얼굴 하나하나 모자이크 하기 귀찮아 큰 네모로 한번에 합니다. 이 방법 유용합니다. 진작 이렇게 할걸.

인테리어도 너무 예쁘고 사장님이 영어도 잘하시고 참 친절하십니다. 경복궁 들렸다 삼청동 거닐으시며 들러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편안하고 예쁜 한옥카페였습니다. 잘 마셨다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이 사진 한 장 찍어 주신다 합니다. 이렇게 저희는 또 예쁜 가족사진이 한 장 더 생겼습니다.


자작나무이야기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4-15 자작나무이야기


https://naver.me/G0OxQ3BS


우리는 또 걷습니다. 삼청동을 한 바퀴 쭉 돌아 인사동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어릴 때 가끔 왔던 쌈짓길을 보니 반갑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저에게로 달려와 저거 하나만 사주면 안 돼? 이럽니다.

똥빵이랍니다. 아니, 하고 많은 모양 중에 왜 하필 저런 모양인지. 아이들은 꼭 먹어야겠다고 합니다. 초콜릿맛을 고릅니다. 일단 맛을 모르니 한 개만 삽니다.

먹어보니 제 입맛엔 너무 달군요. 어쨌든 애들 둘이 조금씩 나눠먹고 가다 보니 붕어빵노점이 나옵니다. 그래서 결국 붕어빵도 사 먹습니다. 아이들이, 한국에는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데 왜 벨기에는 없어?라고 묻습니다. 벨기에나 유럽지역에는 길거리 음식이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길에서 먹는 것을 즐기지도 않고 길에서 먹으면 못 배운 사람 취급하기도 합니다.


유럽 사람들이 뭘 잘 모르는가 봅니다. 원래 음식은 길에서 먹어야 더 맛있는데... 길거리 노점에서 먹는 맛을 모른다니... 아쉽습니다.

힙지로도 간 김에 한 바퀴 돕니다. 그런데 웬 카페가 그렇게 많은가요. 어딜 가든 온 천지에 카페입니다. 카페가 상속세가 적어 그렇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해 주었는데 진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결국 종로까지 왔습니다. 오늘도 너무너무 많이 걸었네요.


보신각-청계천-광화문-경복궁-삼청동-인사동-을지로-종로 를 걸었습니다. 평소에도 제가 아이들 체력단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운동을 많이 시키는데, 그 덕을 오늘 봤군요.


네컷사진으로 추억은 가져오고, 베짱이가 원했던 자개상은 두고 벨기에에 돌아왔습니다. 취향 확고한 저는 할머니스타일이 좋습니다. 저는 색깔이 있는 강북이 딱 제 취향입니다!

강북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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